[기자수첩] 아이 낳으라면서 50만원부터 없애나…경기도의 거꾸로 가는 저출생 정책출생아 1명당 50만원 산후조리비 9월 말 종료…저출생 시대에 출산지원부터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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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언하는 추미애 도지사 (사진=내외신문) |
여기서 반드시 따져봐야 할 문제가 있다.
산후조리비 50만원을 없애면 경기도의 재정 문제가 얼마나 해결되는가.
경기도 재정이 어렵다면 불필요한 사업을 구조조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효과가 떨어지는 사업도 과감히 손봐야 한다.
그러나 모든 예산에는 순서가 있다.
기업이 어려워졌다고 연구개발비부터 없애면 미래가 사라지고, 국가가 어렵다고 교육예산부터 자르면 다음 세대가 비용을 치른다.
마찬가지로 인구절벽을 걱정하는 지방정부가 출산가정 지원부터 줄이는 것은 단순한 예산 절감이 아니라 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선언으로 읽힐 수 있다.
그래서 도민은 묻게 된다.
경기도 예산 가운데 정말 먼저 없애야 할 것이 갓 태어난 아이에게 지급하는 50만원이었나.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경기도가 재정난을 이유로 세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공무원 체육행사 등 비교적 작은 사업비까지 절감 대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도지사 관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도의회에서 제기된 자료와 답변을 기준으로 도지사 관사로 사용하는 아파트의 임차보증금이 12억원대라는 지적이다.
물론 12억원대 임차보증금과 산후조리비 50만원을 회계적으로 같은 돈처럼 비교해서는 안 된다.
임차보증금은 계약 종료 뒤 회수 가능한 자산 성격이 있고, 산후조리비는 실제 지출되는 복지예산이다.
그러나 도민들이 묻는 것은 회계학 시험문제가 아니다.
“누구에게 먼저 허리띠를 졸라매게 했느냐”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작은 비용까지 아끼라고 하고 출산가정의 50만원을 구조조정하면서, 정작 도지사 본인에게 적용되는 비용과 시설에는 어느 정도의 절감 원칙을 적용했는지 공개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 질문을 피해가서는 안 된다.
첫만남이용권 확대가 경기도 산후조리비 폐지의 충분한 이유가 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저출생 대책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가운데 한쪽이 돈을 쓰면 다른 한쪽이 빠지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정부가 기본 지원을 하고 지방정부가 지역 특성에 맞게 추가 지원하는 것이 오히려 지방자치의 취지에 가깝다.
정부가 첫만남이용권을 확대했다면 경기도는 산후조리비를 없앨 것이 아니라 두 정책을 결합해 더 강력한 ‘경기도형 출산 패키지’를 만드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었다.
현금성 지원이 효과가 부족했다면 산후 건강관리, 신생아 돌봄, 산모 심리상담, 공공산후조리원, 육아서비스 등으로 개편할 수도 있다.
그런데 개선보다 종료가 먼저 등장했다.
정책을 없애는 것은 쉽다. 다시 만드는 것은 어렵다.
더 위험한 것은 부모들에게 남는 신호다.
“지금 있는 출산지원도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
저출생 정책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은 바로 이런 불신이다.
정부의 출산지원이 확대됐다면 경기도 역시 한발 물러서기보다 기존 정책을 보완해 더 촘촘한 출산·육아 지원체계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할 수 있었다. 현금 지원의 효과가 부족했다면 산후 건강관리나 신생아 돌봄, 공공산후조리원 확대 등 다른 방식으로 전환하는 선택지도 있었을 것이다.
저출생 문제는 단순히 돈 몇십만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아이를 낳고 키우는 부모에게 지방정부가 계속 곁에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정책 하나를 없애는 것보다 부모들에게 “지금 있는 지원도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을 남기는 것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예산에는 결국 행정의 철학과 우선순위가 담긴다. 무엇을 새로 만들었는지만큼 어려울 때 무엇을 끝까지 지켜냈는지도 중요하다.
경기도의 미래는 거창한 구호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 태어난 아이와 그 아이를 품에 안은 부모가 경기도에서 살아갈 미래를 조금이라도 안심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다.
재정이 어려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면 더욱 세심한 선택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선택의 마지막 순서만큼은 아이와 부모가 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