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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대홍수는 ‘완벽한 인재’다

빙하·암석 붕괴와 자연댐 파괴로 이어진 연쇄재난…집중호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기후변화가 만든 ‘젖은 눈’과 융빙수, 얼음으로 붙어 있던 히말라야 암반을 한계상태로 몰았다

산속 수력발전 터널의 발파 충격파가 포화된 균열·단층·약층에 미친 영향을 검증해야 한다

전태수 기자 | 기사입력 2026/09/02 [07:57]

네팔 대홍수는 ‘완벽한 인재’다

빙하·암석 붕괴와 자연댐 파괴로 이어진 연쇄재난…집중호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기후변화가 만든 ‘젖은 눈’과 융빙수, 얼음으로 붙어 있던 히말라야 암반을 한계상태로 몰았다

산속 수력발전 터널의 발파 충격파가 포화된 균열·단층·약층에 미친 영향을 검증해야 한다

전태수 기자 | 입력 : 2026/09/02 [07:57]

[내외신문/전태수 기자] 길룽–라수와–트리슐리강–누와코트 축의 공사·진동·지하수 자료를 공개해 복합재난의 책임을 밝혀야 한다

 

2026년 8월 26일 네팔 라수와와 중국 티베트 길룽 접경지역을 덮친 대홍수는 단순히 “비가 많이 내려 발생한 자연재해”로 정리할 사건이 아니다.

 

현재까지 공개된 분석을 보면 이번 참사의 직접적인 출발점은 네팔 쪽 고지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빙하·암석 붕괴였을 가능성이 크다.

 

무너져 내린 얼음과 암석이 렌데강 계곡을 일시적으로 막아 거대한 자연댐을 만들었고, 이 자연댐이 붕괴하면서 토사·암석·물이 한꺼번에 하류로 쏟아져 라수와와 트리슐리강 유역을 휩쓸었다는 것이다.

 

국제산악통합개발센터(ICIMOD)도 고지대의 빙하·암석사태와 하천의 일시적 폐색을 핵심 시나리오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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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하·암석 붕괴에서 토석류로 이어지는 히말라야 재난축    

 

. ICIMOD의 2026년 길룽–라수와 홍수 분석

 

그러나 이것은 최초의 자연현상을 설명할 뿐이다. 왜 얼음과 암석이 한꺼번에 붕괴했는지, 산을 관통하는 수력발전 터널과 도로·댐 공사가 산악지질의 안정성을 얼마나 바꾸었는지, 위험을 알고도 왜 계측과 조기경보가 작동하지 않았는지는 별도의 문제다.

 

이번 참사를 ‘완벽한 인재’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간이 터널에서 폭약을 터뜨려 곧바로 홍수를 일으켰다는 뜻이 아니다.

 

인간이 만든 기후변화가 산의 얼음을 녹였고, 인간이 산을 절개하고 터널을 뚫어 지질과 지하수 흐름을 바꾸었으며, 인간이 위험지역에 발전소·도로·교량·마을을 집중시켰다.

 

 

런데도 이를 하나의 복합위험으로 관리하지 않았다. 자연이 방아쇠를 당겼을 수 있지만, 재난의 탄약고를 채우고 피해를 키운 것은 인간의 개발 방식과 안전관리 실패였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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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을 머금은 젖은 눈과 융빙수가 암반 균열로 스며드는 고산 사면 이런사면은 작은 진동에도 무너질 수 있다    

 

집중호우가 아니라 ‘빙하–암석–하천’이 연쇄적으로 무너진 재난

 

산악지역의 대홍수는 반드시 비가 내린 지점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수천 미터 고도에서 얼음과 암석이 붕괴하고, 그것이 좁은 계곡을 막아 자연댐을 만든 뒤, 짧은 시간에 무너지면 비가 많이 내리지 않은 하류에도 거대한 홍수파가 도달할 수 있다.

 

특히 얼음·암석사태가 하천에 떨어지면 물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암석, 빙하 조각, 모래, 진흙, 나무와 인공 구조물이 뒤섞인 고밀도 토석류가 된다.

 

이러한 토석류는 일반적인 홍수보다 훨씬 무겁고 파괴력이 크다.

 

강바닥을 긁어 추가 토사를 끌어들이고, 강폭이 좁아지는 곳에서는 수위와 압력이 급격히 높아진다. 발전소 취수구와 교량, 도로가 무너지면 그 잔해가 다시 하류의 임시 댐을 만들었다가 붕괴하는 2차·3차 홍수까지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재난은 하나의 원인으로 발생한 단일사고가 아니라, 고지대 빙권 붕괴에서 시작해 산사태·자연댐·토석류·시설물 붕괴가 연속된 ‘연쇄·복합재난’으로 봐야 한다.

 

‘습기를 머금은 눈’은 산을 붙잡는 눈이 아니라 산을 미끄러뜨리는 물이 된다

 

기후변화가 히말라야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빙하의 면적이 줄어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온이 상승하면 눈이 내려야 할 고도에서 비가 내리고, 낮 동안 녹은 눈이 밤에도 충분히 다시 얼지 못한다. 건조하고 가벼웠던 적설은 액체 상태의 물을 포함한 ‘젖은 눈’으로 변한다.

 

젖은 눈은 마른 눈보다 밀도가 높다. 눈 알갱이 사이에 물이 차면 결합력이 약해지고, 급경사에서는 눈층 전체가 미끄러질 가능성이 커진다. 눈과 빙하가 녹은 물은 암반의 절리와 균열, 빙퇴석과 토양 속으로 침투한다. 이때 지층 내부의 간극수압이 상승하면 암석과 토사가 서로 맞물려 버티는 힘, 즉 유효응력이 낮아진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산도 내부에서는 미끄러질 준비가 진행될 수 있다.

 

산사태는 흔히 마지막 몇 시간의 강수량만으로 설명되지만, 실제로는 그 이전 수일 또는 수주 동안 토양과 균열에 얼마나 많은 물이 축적됐는지가 중요하다. 히말라야 산사태 연구에서도 강수량과 함께 토양수분을 고려해야 붕괴 가능성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결과가 제시돼 왔다.

 

히말라야 지역의 수분 기반 산사태 임계치 연구

 

따라서 이번 조사에서는 사고 당일 강수량만 볼 것이 아니라, 사고 전 수개월의 기온과 적설량, 눈 속 액체 수분량, 융빙량, 강우-적설 전환 고도, 빙하 표면의 균열 확대, 지하수위 변화를 함께 분석해야 한다.

 

빙하와 영구동토는 히말라야 암벽을 붙잡아온 ‘얼음 접착제’였다

 

고산지대의 얼음은 산 위에 놓인 하얀 덩어리만을 뜻하지 않는다. 암석 사이의 균열에도 얼음이 들어가 있고, 토사와 암석 조각을 얼린 영구동토층도 존재한다. 이러한 얼음은 수천 년 동안 암석과 토사를 서로 묶어주는 접착제 역할을 해왔다.

 

기온 상승으로 영구동토와 균열 속 얼음이 녹으면 산의 하중 구조가 달라진다. 얼음이 사라진 공간으로 물이 들어가고, 낮과 밤의 동결·융해가 반복되면 균열은 조금씩 넓어진다. 빙하가 후퇴하면 빙하가 옆에서 떠받치던 사면도 지지력을 잃는다. 여기에 집중호우나 강한 융빙이 겹치면 이미 느슨해진 암석 덩어리가 한계점을 넘어 붕괴할 수 있다.

 

즉, 기후변화는 산사태를 한 번에 일으키는 단일 스위치가 아니라, 산의 안전율을 오랜 시간에 걸쳐 낮추는 과정이다. 과거에는 견딜 수 있었던 작은 지진이나 공사 진동, 짧은 집중호우도 기후변화로 약해진 산에서는 마지막 촉발 요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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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습윤한 균열암반을 굴착하는 수력발전 도수터널 현장 발파로 인한 진동이 산위에 전달    

 

산속 터널의 폭발 파장은 어떻게 암반으로 전달되는가

 

수력발전용 도수터널은 산속을 관통해 상류의 물을 발전소로 보내는 구조다. 터널을 굴착하는 방법에는 터널굴착기와 기계식 굴착도 있지만, 단단한 암반이나 복잡한 지질에서는 천공 후 폭약을 넣어 암석을 깨뜨리는 발파공법이 사용될 수 있다.

 

폭약이 터지면 에너지는 크게 세 방향으로 전달된다.

 

암석을 직접 파쇄하는 에너지, 암반을 따라 퍼지는 탄성파, 터널 내부 공기를 통해 이동하는 압력파다. 암반에는 압축파와 전단파가 발생하고, 터널 벽과 산의 표면에서는 반사·굴절된 파동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터널이 거대한 확성기처럼 폭발력을 산 전체로 전달한다”고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진동은 거리와 함께 빠르게 약해진다. 폭약량, 발파 지연시간, 터널 깊이, 암석의 종류와 균열 상태에 따라 영향 범위도 크게 달라진다.

 

문제는 파장이 모든 방향으로 균일하게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단층·절리·약층·공동이 존재하면 파동이 반사되거나 굴절된다. 서로 다른 경로에서 들어온 파장이 특정 지점에서 겹치면 국지적인 진동 증폭이 나타날 수도 있다.

 

2026년 발표된 터널 사면 연구에서도 발파 진동은 전체적으로 거리에 따라 감쇠했지만, 터널 측벽과 사면 중간부에서는 파동의 중첩으로 국지적 증폭과 점진적 손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결과가 제시됐다.

 

터널 발파와 위험암반의 동적 반응 연구

 

또 다른 현장·수치해석 연구는 사면의 경사가 가파르고 내부에 약한 지층이 존재할수록 발파 진동에 대한 반응이 커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약층을 포함한 암반사면의 발파 진동 연구

 

이는 발파가 이번 대홍수의 원인이었다는 증거가 아니다. 다만 “기후변화로 포화되고 약해진 사면에서는 같은 규모의 발파도 과거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조사 가설을 뒷받침한다.

 

물이 찬 균열과 반복 발파가 만나면 위험은 달라진다

 

건조하고 균질한 암반과 물이 가득 찬 균열암반은 진동에 똑같이 반응하지 않는다. 균열 속 물은 압력 변화를 전달하고, 절리면의 마찰저항을 낮출 수 있다. 이미 간극수압이 높은 상태라면 작은 추가 변위도 암석 쐐기를 움직이거나 균열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발파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장대터널은 수개월 또는 수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굴착된다. 개별 발파가 안전기준 안에 있더라도 이미 손상된 암반에 진동이 계속 가해지면 작은 균열이 누적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단층대나 점토질 약층, 과거 산사태면, 빙하가 후퇴한 불안정 사면을 통과하는 구간은 일반 암반과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

 

터널 굴착이 지하수 흐름을 바꾸었는지도 중요하다. 터널이 새로운 배수로 역할을 하면서 한쪽 사면의 물을 빼낼 수도 있지만, 반대로 기존 지하수 통로를 절단하거나 다른 균열로 물을 집중시킬 수도 있다.

 

터널 주변의 용수량이 갑자기 늘거나 특정 계곡의 샘물이 줄었다면 지하수 체계가 바뀌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발파 진동만 조사하고 지하수 변화를 빼면 절반의 조사에 그친다. 충격파와 수압, 균열의 연결성, 반복 굴착에 따른 누적손상을 하나의 모델로 분석해야 한다.

 

네팔의 수력발전 밀집도는 왜 중요한가

 

네팔 전력개발국이 2026년 9월 1일 갱신한 자료에는 1MW를 초과하는 가동 수력발전소가 197곳, 설비용량은 3,915.744MW로 집계돼 있다. 1MW 이하 시설도 20곳, 15.797MW다.

 

1MW 초과 가동시설, 1MW 이하 가동시설

 

더 중요한 수치는 건설허가다. 1MW 초과 건설허가를 받은 사업은 263곳, 총 13,177.412MW에 이른다. 공식 등록부에는 라수와의 어퍼 트리슐리-1 216MW와 랑탕콜라 20MW, 누와코트의 어퍼 트리슐리 3B 37MW 등도 포함돼 있다.

 

네팔 전력개발국 건설허가 현황

 

다만 건설허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현장에서 터널을 굴착하거나 사고 직전에 발파했다는 뜻은 아니다. 사업별로 완공, 공사 중단, 기계식 굴착, 발파 굴착 등 상태가 다를 수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사업명만 나열할 것이 아니라 사고 당시 실제 공정과 발파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수력발전소가 많다는 사실은 터널이 홍수를 일으켰다는 증거가 아니다. 그러나 좁은 산악 유역에 발전소, 취수보, 도수터널, 진입도로, 송전선, 공사장과 토사 적치장이 동시에 들어서면 유역 전체의 누적위험이 커진다. 개별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만으로는 이러한 ‘다수 사업의 합산 효과’를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

 

발전소가 피해를 보았다는 사실과 발전소가 원인이었다는 의혹은 구분해야 한다

 

이번 홍수로 수력발전 시설이 파괴됐다는 사실이 곧 수력발전 공사가 홍수의 원인이었다는 뜻은 아니다. 발전시설은 본래 강 가까이에 위치하기 때문에 대홍수의 피해를 집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발전소가 피해자라는 이유만으로 공사 영향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해서도 안 된다. 도로 절개면, 터널 입구, 버력 적치장, 하천을 좁힌 구조물, 임시 가설교, 취수시설이 토석류의 이동과 하천 폐색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검증해야 한다.

 

산사태를 직접 일으키지 않았더라도 하류 피해를 증폭했다면 재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중국 티베트의 대규모 수력개발도 히말라야 전체의 초국경 복합위험이라는 관점에서 함께 살펴야 한다. 다만 야룽창포강 하류 개발과 이번 라수와 홍수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수계의 대형 사업을 근거 없이 하나의 사고 원인으로 연결하기보다, 각 사업의 위치·유역·공사 시점·진동자료를 구분해 조사해야 한다.

 

터널 발파 가설은 다섯 가지 자료로 판정할 수 있다

 

첫째, 시간적 일치성이다. 최초 빙하·암석 붕괴가 포착된 시각을 초 단위로 확정하고, 인근 모든 터널과 채석장·도로공사의 발파 시간을 대조해야 한다. 사고 직전 수시간뿐 아니라 균열 누적 가능성을 고려해 수개월의 발파기록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공간적 연결성이다. 붕괴 사면과 터널 사이의 거리, 고도 차이, 단층과 절리의 방향을 3차원으로 복원해야 한다. 두 지점이 가까워 보여도 지질구조가 연결돼 있지 않으면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반대로 거리가 다소 떨어져 있어도 같은 단층대와 약층으로 연결돼 있다면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셋째, 진동의 크기와 주파수다. 지진계 파형을 분석하면 자연지진, 발파, 암석 붕괴가 서로 다른 특성을 보일 수 있다. 발파 1회당 폭약량과 지연발파 간격, 최대입자속도, 주파수 대역을 복원해 사면의 고유진동수와 비교해야 한다.

 

넷째, 수문학적 변화다. 터널 용수량, 계곡 유량, 샘물과 지하수위, 탁도, 수온이 공사 전후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사고 전 터널 내부의 누수나 용출수가 급증했다면 중요한 전조가 될 수 있다.

 

다섯째, 반사실적 안정성 해석이다. 실제 강수·융빙·지하수 조건을 적용한 뒤 발파 진동이 없을 때와 있을 때의 사면 안전율을 각각 계산해야 한다. 발파 변수를 제외해도 붕괴했을 것으로 판단된다면 직접 원인 가설은 약해진다. 반대로 진동을 적용했을 때만 한계 이하로 떨어진다면 추가 현장검증이 필요하다.

 

길룽–라수와–트리슐리강–누와코트 전 구간을 하나의 재난축으로 조사해야 한다

 

조사는 행정구역과 국경에 가로막혀서는 안 된다. 길룽에서 라수와를 거쳐 트리슐리강과 누와코트로 이어지는 전체 유역을 하나의 재난축으로 설정해야 한다.

 

위성영상과 드론 촬영으로 사고 전후의 빙하 면적, 균열, 산사태 흉터와 하천 폭을 비교해야 한다. 합성개구레이더 간섭기법과 위성 위치자료를 이용하면 붕괴 전 사면이 수개월 동안 조금씩 움직였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각 수력발전 사업자는 터널 노선도, 지질주상도, 발파 일지, 폭약량, 계측기 원자료, 터널 용수량과 균열 보수기록을 공개해야 한다. 도로공사와 채석장, 군사·민간 발파도 조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중국과 네팔의 지진관측소 원자료를 공동 분석하고, 구조·수사기관뿐 아니라 빙하학자·지질학자·발파공학자·수문학자·재난전문가가 참여하는 독립조사단을 구성해야 한다.

 

조기경보 실패도 조사해야 한다. 빙하 붕괴와 자연댐 형성부터 하류 도달까지 단 몇 분밖에 없었다 하더라도, 고지대 지진계와 수위계, 위성통신 경보가 연결돼 있었다면 일부 대피시간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 발전사업에 투자한 비용의 일정 비율을 빙하·산사태 감시망과 초국경 경보체계에 의무적으로 투입했는지 따져야 한다.

 

‘완벽한 인재’라는 말은 발파 원인을 미리 확정하자는 뜻이 아니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다이너마이트 발파 진동이 이번 홍수의 직접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붕괴 지점과 터널 사이의 지질학적 연결, 당시 발파 여부, 진동의 세기, 지하수 변화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거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사 자체를 막아서도 안 된다. 산사태를 일으킬 수 있는 자연적 변수만 조사하고 대규모 굴착과 반복 발파, 도로 절개, 토사 적치, 지하수 교란을 제외한다면 처음부터 결론을 정해놓은 조사가 된다.

 

이번 재난의 직접 방아쇠는 빙하·암석 붕괴였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빙하를 녹이고 영구동토를 약화시킨 것은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다. 위험한 산악유역에 수백 개의 발전사업을 허가하면서 유역 단위 누적영향을 충분히 관리하지 못한 것도 인간의 결정이다. 고지대 감시망과 국경을 넘는 조기경보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 역시 정책 실패다.

 

따라서 ‘완벽한 인재’라는 결론은 터널 발파라는 한 가지 의혹에만 기대지 않는다. 기후위기, 취약해진 빙권과 암반, 대규모 산악개발, 불충분한 계측, 위험시설의 집중, 조기경보 부재가 한 지점에서 만난 결과라는 뜻이다.

 

네팔 대홍수의 진실은 “비가 많이 왔다”는 한 문장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젖은 눈과 융빙수가 산속 균열로 어떻게 들어갔는지, 사라진 얼음 접착제가 암반을 얼마나 약하게 만들었는지, 터널 발파의 파장이 포화된 단층과 약층에서 어떻게 반응했는지, 공사와 붕괴의 시간이 겹쳤는지를 모두 확인해야 한다.

 

 

과학적 조사는 의혹을 사실로 만드는 과정이 아니다. 가능성을 자료로 검증해 사실과 배제할 가설을 가르는 과정이다. 그 검증조차 하지 않는다면이번 참사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간이 만든 위험을 외면한 또 하나의 인재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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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기후변화 발행인
내외신문 대표 기자
금융감독원, 공수처 출입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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