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급락 뒤의 진짜 경고…한국 반도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시간이 많지 않다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낙폭 키웠지만 근본 원인은 AI 투자 지속성과 반도체 기술격차에 대한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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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동반 급락 전세계 시장이 동반하락 예전에는 미국이 기침만해도 한국은 감기걸린다는 말은 옛말(사진=ai합성) |
창신메모리의 부상, 범용 메모리부터 시작된 중국의 압박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성장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가장 현실적인 경고다. 다만 창신메모리가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는 표현은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창신메모리는 2026년 7월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 과학혁신판에 상장해 약 86억 달러를 조달했고, 상장 첫날 주가가 466% 급등했다. 대규모 자본조달은 생산시설 확충과 기술개발 속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애플이 창신메모리의 D램을 시험하고 공급 협상을 진행한다는 보도도 시장을 긴장시켰다. 아직 정식 계약이나 발주가 확정된 단계는 아니며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가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중국 내에서 판매되는 애플 제품에 중국산 범용 메모리가 들어갈 가능성만으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상당한 압박이다.
중국이 한국의 HBM 적층 기술을 완전히 따라잡아 기술격차가 1년으로 줄었다는 주장도 현재로서는 확인된 사실로 단정하기 어렵다. 업계 보도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HBM 기술격차를 약 3년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창신메모리는 아직 HBM3 양산 안정화 단계에서도 한국 기업보다 뒤처진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범용 D램에서는 공정과 가격 경쟁력의 차이가 빠르게 줄고 있어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중국 기업은 범용 제품에서 시장점유율과 현금을 확보한 뒤 첨단 제품으로 올라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국이 과거 일본 반도체 산업을 추격했던 방식과 닮았다. 범용 메모리 시장을 가격 경쟁만의 문제로 가볍게 본다면 첨단 메모리 연구개발을 지탱하는 수익 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다.
zHBM·HBF 속도전에 맞춘 전략산업 규제체계가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zHBM은 AI 가속기 옆이 아니라 가속기 상단에 메모리를 직접 적층해 데이터 이동 거리를 줄이는 차세대 구조다. 삼성전자는 HBM5 대비 최대 8배의 성능과 3배의 전력 효율을 목표로 제시했다. SK하이닉스가 샌디스크와 공개한 HBF는 D램보다 용량과 가격 경쟁력이 높은 낸드플래시를 적층해 AI 시스템의 메모리 병목을 완화하려는 기술이다.
두 기술은 당장 대규모 매출을 발생시키는 상용 제품이 아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세대 구조를 서둘러 공개한 것은 메모리 경쟁이 단순한 미세공정과 적층 단수의 경쟁을 넘어 AI 가속기와 메모리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설계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속도전에 대응하려면 전략산업의 연구개발 규제도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공정과 설계는 연속적인 실험과 검증이 요구되는 분야다. 업무를 인위적으로 잘게 나누는 것이 오히려 개발 효율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다.
다만 주 52시간 규제 완화가 기업의 일방적인 장시간 노동 강요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연구·기술직 노동자의 자발적 신청과 자유로운 철회, 충분한 보상과 연속 휴식, 건강권 보호, 노동자 대표의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
이러한 조건 아래 연구개발 인력이 스스로 근로 형태를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은 검토할 가치가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메가특구 또는 메가샌드박스도 규제 철폐 자체가 아니라 기술개발 속도와 노동권 보호를 함께 달성하는 실증 공간으로 설계돼야 한다.
한국은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중심을 잃을 수 있는 자전거 위에 올라서 있다. 세계는 풍요의 확대를 전제로 한 세계화 시대에서 기술·자원·공급망을 무기로 삼는 생존 경쟁의 시대로 이동했다. 미중 AI 패권 경쟁은 한국에 위기인 동시에 전략적 공간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두 개의 개별 기업을 넘어 한국의 수출과 고용, 자본시장, 경제안보를 떠받치는 국가 전략자산이다. 코스피 급락이 던진 진짜 경고는 주가의 단기 반등 여부가 아니다.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기술과 자본, 인재, 규제체계를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느냐가 한국 경제의 다음 10년을 좌우한다는 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