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지원금이 아니라 도시의 미래”… 인천 문화예술계, 지방선거 광장에 서다인천문화예술인연대 출범… “예술인을 정책 파트너로 인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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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예술 현장에서 활동하는 예술인 300여 명이 참여한 ‘인천문화예술인연대’가 공식 발족을 선언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내외신문 |
이날 발언에 나선 이화정 창작집단시앤 대표는 기존 문화예술 조직의 한계를 정면으로 언급했다. 그는 “예총과 민예총이 현장의 다양한 예술인들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다리는 대신 직접 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스스로 연결되고 직접 정책을 제안할 때 현실을 반영한 문화행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연대 측은 이날 구체적인 정책 방향도 함께 제시했다. 주요 내용에는 정책 수립 과정에서 예술인 참여 의무화, 지역 단체 작품 상연 30% 쿼터제 도입, 표준원가제 시행, 문화예술 관련 조례 및 법규 개정 등이 포함됐다.
단순한 예산 확대 요구에 머무르지 않고 문화행정 운영 구조 자체를 바꾸겠다는 요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지역 단체 작품 상연 30% 쿼터제는 인천 문화계 내부에서 오랫동안 제기돼 온 핵심 의제다. 수도권 대형 기획사 중심의 공연 유통 구조 속에서 지역 예술인들이 안정적인 창작 무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 반영된 요구다.
연대 측은 공공극장과 시립시설에서 지역 창작 콘텐츠의 비중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지역 문화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시청 앞에서는 또 다른 문화예술인 그룹의 기자회견도 이어졌다.
‘문화도시인천 정책제안모임’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예술인 10여 명은 ‘문화도시 인천 만들기를 위한 2026 지방선거 문화분야 10대 개혁정책’을 발표했다. 이들은 해당 정책 제안서를 각 정당 인천시장 후보들에게 공식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정책제안모임이 제시한 개혁안은 도시행정 구조 개편 수준의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현재의 도시계획위원회를 ‘문화도시계획위원회’로 개편하자는 제안이 눈길을 끌었다. 도시개발을 단순한 토목과 부동산 논리로 접근하지 말고 문화적 가치와 시민 삶의 질 중심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이와 함께 문화부시장제 도입과 순수 문화예산 3% 확보 요구도 제기됐다.
문화예산 3% 확보는 전국 문화예술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상징적 요구 가운데 하나다. 인천 역시 국제도시와 글로벌 관광도시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 문화재정 규모는 여전히 다른 대형 도시들에 비해 낮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민운기 스페이스빔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거나 오히려 퇴행한 정책들을 다시 바로잡기 위한 제안”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에는 인천 문화행정에 대한 현장 예술인들의 누적된 피로감과 절박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번 움직임은 단순한 정책 촉구를 넘어 문화예술계가 직접 지방정치의 행위자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실제로 일부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특정 후보 캠프에 직접 참여하며 선거 전략과 정책 수립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 제14대 인천예총 회장으로 취임한 김재업 회장은 국민의힘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캠프에 총괄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하며 주목을 받았다. 문화예술 단체 대표가 단순 지지 선언을 넘어 선거 캠프 핵심 직책에 참여한 것은 지역 문화계와 정치권의 관계가 이전보다 훨씬 밀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해석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인천 문화예술계의 움직임은 단순한 직능단체의 집단행동을 넘어선다. 도시의 미래 전략 속에서 문화예술의 위치를 어디에 둘 것인가를 둘러싼 구조적 질문이기 때문이다. 산업과 개발 중심의 도시 운영 체계 속에서 문화는 늘 장식처럼 취급돼 왔지만, 예술인들은 이제 도시 경쟁력의 핵심이 문화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광장에 선 예술인들의 목소리는 단순한 지원 확대 요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도시를 누가 설계하는가”에 대한 선언에 가까웠다. 인천 문화예술계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떤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지, 또 각 후보들이 이 요구를 실제 정책으로 수용할지는 향후 선거 과정의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