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구·논현서창구 신설’ 공약 부상… 행정체제 개편, 현실의 벽 넘을 수 있을까송도·논현서창 분구론 급부상… 여야 모두 “필요성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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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신문/전용현 기자] ‘송도구·논현서창구 신설’ 공약 부상… 행정체제 개편, 현실의 벽 넘을 수 있을까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천 행정체제 개편 문제가 다시 정치권 핵심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송도국제도시를 중심으로 한 ‘송도구 신설’과 남동구 논현·서창권 분리를 골자로 한 ‘논현서창구 신설’ 공약이 본격화되면서, 인천의 도시 구조와 지방행정 체계 개편 논의가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 유정복 인천시장 예비후보는 ‘2차 행정체제 개편’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하며 송도구와 논현서창구 신설 추진 의사를 공식화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예비후보 역시 송도 분구 요구에 공감하며 필요성을 인정하는 입장을 밝히면서, 여야 모두가 사실상 분구 논의 자체에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분위기다.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행정구역 개편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송도와 논현·서창 지역의 생활권 변화와 주민 요구가 정치권에 강한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송도국제도시는 이미 독립 생활권에 가까운 형태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제업무지구와 바이오산업 클러스터, 대규모 아파트 단지, 국제학교, 대형 쇼핑·문화시설 등이 집중되며 인천 내에서도 독자적 도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행정구역은 연수구지만 생활 구조는 사실상 별도 도시”라는 인식이 적지 않다. 논현·서창권 역시 남동구 중심 생활권과 분리된 도시 구조가 형성되며 별도 행정 수요가 커졌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하지만 실제 분구까지 가는 길은 정치적 구호보다 훨씬 복잡하다. 행정구역 개편은 단순히 지도를 새로 그리는 문제가 아니라, 인구 구조와 재정 능력, 주민 합의, 국가 정책 방향, 지방교부세 문제, 국비 지원 체계까지 얽혀 있는 거대한 행정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현행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과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르면 자치구 신설은 생활권 변화, 주민 편익, 행정 효율성, 재정 자립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인구 규모는 핵심 기준으로 꼽힌다. 행정안전부는 통상 인구 50만~60만 명 이상일 경우 행정 수요 증가에 따라 자치구 분구를 검토하는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실제 서구가 검단구와 서해구로 분리된 배경 역시 인구 급증과 생활권 분리 현상이 결정적 요인이었다. 경인아라뱃길을 기준으로 생활권이 사실상 양분됐고, 인구 역시 60만 명을 넘어서면서 행정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반면 현재 연수구와 남동구는 장래 인구 추계상 2042년 기준 각각 약 44만8천 명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이는 송도구와 논현서창구 신설 논의에서 가장 현실적인 걸림돌 중 하나다.
행정 절차 역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주민 의견 수렴과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고, 기초의회와 인천시의회 의결, 행정안전부 협의, 관련 법률 개정, 국회 통과까지 이어지는 복잡한 단계를 밟아야 한다. 인천시가 추진한 제물포구·영종구·검단구 신설 역시 2022년 행정체제 개편안 발표 이후 실제 시행까지 약 4년이 걸렸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정부의 정책 기조다. 현 정부의 행정체제 개편 방향은 기본적으로 ‘통합’에 가깝다. 지방소멸과 행정 비효율 문제를 이유로 지자체 간 통합을 장려하는 흐름 속에서, 기존 자치구를 다시 쪼개는 ‘분구’ 논리를 설득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지역 민원 수준이 아니라 국가 행정 효율성과 균형발전 차원에서 충분한 명분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재정 문제 역시 민감한 변수다. 자치구가 새로 생기면 청사 건립, 조직 신설, 정보화 시스템 구축, 공무원 배치 등 막대한 초기 비용이 발생한다. 지난해 말 정부가 제물포구·영종구·검단구 출범과 관련한 일부 지원 근거를 마련했지만, 실제 예산은 올해 본예산에 반영되지 못했다. 인천시는 ‘행정체제 개편 정착 지원’ 명목으로 약 696억 원 규모의 국비 지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재정 여건상 확보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기에 지방교부세 배분 문제까지 얽혀 있다. 자치구가 늘어나면 지방재정 배분 구조도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른 지자체와 정치권 반발 가능성도 존재한다. 결국 송도구와 논현서창구 신설은 단순한 지역 행정 문제가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타 지역 이해관계까지 충돌하는 정치·재정 이슈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다른 핵심 쟁점은 지역 간 격차 문제다. 송도국제도시가 분리될 경우 연수구 원도심 지역의 재정 기반 약화 가능성이 거론된다. 송도는 연수구 세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핵심 지역이다. 송도가 독립할 경우 남은 구도심 지역의 재정 자립성이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논현·서창권 역시 유사한 문제가 제기된다. 상대적으로 세수 기반이 우수한 지역이 분리될 경우 기존 행정구의 균형 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행정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분구는 단순한 주민 요구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생활권 변화와 도시 성장이라는 명분은 충분하지만, 분리 이후 남겨지는 지역의 재정·행정 안정성까지 함께 설계하지 않으면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송도구와 논현서창구 신설 공약은 단순한 지역 개발 이슈를 넘어 인천 도시 구조의 미래를 둘러싼 시험대가 되고 있다. 송도와 논현·서창 지역 주민들의 독립 행정 요구는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정부의 통합 기조와 재정 문제, 인구 기준, 지역 간 이해 충돌이라는 거대한 현실의 벽 역시 만만치 않다.
정치권이 선거 과정에서 제시한 ‘분구 공약’이 실제 행정 개편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단순한 선언을 넘어 중앙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 논리와 재정 대책, 그리고 지역 간 갈등을 최소화할 사회적 합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