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돈 내지 않는 대학생들”… 사라지는 학생자치, 변화한 인천 캠퍼스의 풍경

-코로나 이후 달라진 대학 문화, ‘참여’ 대신 ‘거리두기’

-신뢰 붕괴와 효능감 상실… 학생회비 납부율 급락

-인천 대학가 ‘0%대 납부율’ 현실… 자치의 존립 위기

유향연 | 기사입력 2026/04/08 [08:16]

“돈 내지 않는 대학생들”… 사라지는 학생자치, 변화한 인천 캠퍼스의 풍경

-코로나 이후 달라진 대학 문화, ‘참여’ 대신 ‘거리두기’

-신뢰 붕괴와 효능감 상실… 학생회비 납부율 급락

-인천 대학가 ‘0%대 납부율’ 현실… 자치의 존립 위기

유향연 | 입력 : 2026/04/08 [08:16]

 

본문이미지

▲ 인하대학교 전경    (인하대학교 홈페이지 화면)

 

[내외신문/유향연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은 대학의 강의 방식만 바꿔놓은 것이 아니다. 캠퍼스의 공기 자체를 바꾸어 놓았다.

 

과거에는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학생 참여와 공동체 의식이 희미해지면서, 학생자치기구의 기반 역시 흔들리고 있다. 그 변화의 가장 뚜렷한 지표가 바로 학생회비 납부율이다. 인천 지역 대학들을 중심으로 학생회비 납부율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학생자치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하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신입생 때는 분위기에 휩쓸려 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학생회가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르겠고 나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지도 느끼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현재 대학가에서 퍼지고 있는 인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학생회비는 여전히 각종 행사와 복지, 권리 옹호 활동에 사용되는 핵심 재원이지만, 학생들이 체감하는 ‘효용’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무관심을 넘어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인하대학교의 경우 2025학년도 학생회비 납부율이 40% 안팎에 머물렀고, 인천대학교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같은 해 1학기 납부율이 0.72%, 2학기에는 0.05%까지 떨어지며 사실상 ‘붕괴 수준’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재학생 수가 1만 명이 넘는 대학에서 100명 남짓만 회비를 납부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감소가 아닌, 학생자치에 대한 신뢰와 참여 의식의 급격한 붕괴를 의미한다.

 

이 같은 현상은 코로나 이후 대학생들의 생활 방식 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비대면 수업이 장기화되면서 학생들은 학교를 ‘공동체 공간’이 아닌 ‘학점 취득 공간’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캠퍼스에서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고, 동아리나 학생회 활동에 참여할 기회도 자연스럽게 감소했다. 온라인 중심 생활에 익숙해진 학생들에게 학생자치기구는 점점 ‘멀고 추상적인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다.

 

여기에 학생회 운영에 대한 신뢰 문제도 영향을 미쳤다. 인하대에서는 총학생회 간부가 수천만 원의 학생회비를 횡령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학생들 사이에 “돈이 제대로 쓰이지 않는다”는 불신이 확산됐다.

 

이 사건은 단순한 일탈을 넘어 학생자치 전체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계기가 되었고, 납부율 하락을 가속화하는 촉매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악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회비를 내지 않으면 학생회는 재정이 부족해지고, 재정이 부족해지면 복지사업이나 행사 규모가 축소된다.

 

그 결과 학생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이 줄어들고, 다시 납부율이 떨어지는 구조가 반복된다. 마치 연료가 끊긴 엔진처럼, 학생자치는 점점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인천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방안이 축제 우선 입장 혜택이다.

 

학생회비를 납부한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보상’을 제공해 참여를 유도하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이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학생자치가 서비스 제공 조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위기를 단순한 재정 문제로 보지 않는다. 이는 대학 공동체의 성격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분석이다.

 

과거 대학은 공동체와 연대의 공간이었지만, 오늘날 대학은 개인의 스펙과 경력을 관리하는 플랫폼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회비’ 개념 자체가 설득력을 잃기 쉽다.

 

또 다른 변화는 ‘선택적 참여 문화’의 확산이다. 학생들은 더 이상 집단적 규범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자신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있거나, 명확한 가치가 보일 때만 참여한다.

 

학생회비 역시 이 기준에서 평가된다. “왜 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명확하지 않으면, 납부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이 된다.

 

인천 지역 대학 관계자들은 학생자치의 재정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단순히 납부를 독려하는 수준을 넘어, 투명한 회계 공개와 실질적인 혜택 제공, 그리고 학생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캠퍼스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안의 문화는 이미 다른 시대에 들어섰다.

 

학생회비 납부율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대학 공동체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등과 같다.

 

인천 대학가에서 시작된 이 변화는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독려가 아니라 질문이다. 학생자치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 그리고 오늘의 대학생들에게 그것은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는가.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학생회비뿐 아니라 학생자치 자체가 기억 속의 제도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 도배방지 이미지

인천, 인하대학교 관련기사목록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