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롯데홈쇼핑 ‘통행세’ 논란 격화…태광, 공정위 신고로 정면 충돌

-중간 유통 구조에 가려진 이중 수수료 의혹, 19년 거래 관행 도마 위

-대주주 간 균열 드러난 이사회…내부거래 확대안 무산의 배경

-공정거래법 판단 핵심은 ‘부당 이익’ 여부…롯데 “관행적 구조, 문제없다” 반박

유경남 기자 | 기사입력 2026/04/06 [09:59]

롯데홈쇼핑 ‘통행세’ 논란 격화…태광, 공정위 신고로 정면 충돌

-중간 유통 구조에 가려진 이중 수수료 의혹, 19년 거래 관행 도마 위

-대주주 간 균열 드러난 이사회…내부거래 확대안 무산의 배경

-공정거래법 판단 핵심은 ‘부당 이익’ 여부…롯데 “관행적 구조, 문제없다” 반박

유경남 기자 | 입력 : 2026/04/06 [09:59]

[내외신문/유경남 기자] 태광그룹이 롯데홈쇼핑의 내부거래 구조를 정면으로 문제 삼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를 제기했다. 오랜 기간 유지돼 온 유통 구조가 ‘통행세’ 논란으로 번지며, 단순한 주주 간 갈등을 넘어 공정거래 질서 전반을 흔드는 쟁점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최근 롯데홈쇼핑이 계열사를 활용한 내부거래를 통해 롯데쇼핑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해 왔으며, 이는 공정거래법상 부당 지원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신고서를 제출했다. 롯데홈쇼핑 지분 약 45%를 보유한 2대 주주인 태광 측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수면 아래에 있던 구조적 갈등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논란의 핵심은 롯데쇼핑이 중간 유통자로 개입하는 거래 구조다. 태광 측은 롯데홈쇼핑이 납품업체와 직접 거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롯데쇼핑이 중간 단계에 들어와 유통 마진을 가져가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수수료가 이중으로 발생하며, 사실상 최대주주에게 ‘통행료’를 지급하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현재 구조를 보면, 롯데백화점 등 롯데쇼핑이 보유한 상품이 롯데홈쇼핑 온라인몰에서 판매될 경우, 롯데홈쇼핑은 판매수수료를 받는 동시에 롯데쇼핑에 제휴수수료를 지급한다. 여기에 더해 롯데백화점 입점 매장에 대한 임차 수수료까지 발생한다. 하나의 상품이 여러 단계의 수수료 관문을 통과하는 셈이다.

 

태광 측은 이 구조가 단순한 거래 관행을 넘어, 특정 계열사에 경제적 이익을 집중시키는 방식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이 같은 구조가 2006년 롯데쇼핑의 우리홈쇼핑 인수 이후 약 19년간 지속돼 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장기적으로 고착된 내부거래 관행 자체를 문제의 본질로 지목하고 있다.

 

납품업체의 부담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태광 측은 상품이 롯데쇼핑을 거쳐 롯데홈쇼핑으로 공급되면서 실질 수수료율이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고 주장한다.

 

공정거래위원회 실태조사 기준 TV홈쇼핑 업계 평균 수수료율이 약 27% 수준인 반면, 해당 구조에서는 수수료를 양사가 나누는 형태로 더 높은 부담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이 구조는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비용이 층층이 쌓이는 ‘보이지 않는 계단’과도 같다.

본문이미지

▲ [사진=롯데홈쇼핑 전경]    

 

이 같은 갈등은 이미 이사회에서도 표면화된 바 있다. 지난해 12월 롯데홈쇼핑이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한도를 기존 291억원에서 670억원으로 확대하려던 안건은 태광 측 이사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현재 이사회는 롯데 측 5명, 태광 측 4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해당 안건은 특별결의 사항으로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결국 태광 측의 반대표가 ‘캐스팅 블록’으로 작용하며 안건은 무산됐다.

 

이 사건은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 지배구조의 긴장 상태를 그대로 드러낸다. 숫자로는 우세한 롯데 측이지만, 의결 구조상 태광 측의 동의 없이는 주요 의사결정을 추진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경영 전략과 내부거래 정책 전반에 지속적인 마찰이 불가피함을 시사한다.

 

법적 쟁점 역시 만만치 않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특수관계인에 대해 정상 가격보다 유리하거나 불리한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경우를 부당 지원행위로 규정한다. 다만 실제 위법 여부는 단순한 내부거래 존재만으로 판단되지 않는다. 특정 계열사가 과도한 경제적 이익을 얻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시장 경쟁이 왜곡될 우려가 있는지가 핵심 기준이다.

 

대법원 판례 역시 같은 맥락에서 판단한다. 거래 구조 자체보다 그 결과로 발생한 경제적 효과와 시장 영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안 역시 단순히 ‘중간 유통 단계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위법성이 인정되기는 어렵고, 실질적 이익 이전 여부와 시장 왜곡 가능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홈쇼핑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회사 측은 롯데백화점 입점 상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구조는 일반적인 유통 모델이며, 타 온라인몰의 백화점 상품관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한 대주주인 롯데쇼핑과의 거래 역시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주주사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수용 가능한 부분은 개선하겠지만, 사실과 다른 주장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 방어를 넘어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번 갈등은 단순한 기업 간 분쟁을 넘어, 한국 유통 산업 전반에 내재된 ‘계열사 중심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홈쇼핑과 백화점, 온라인몰이 복합적으로 얽힌 유통 구조 속에서 수수료의 흐름과 부담이 누구에게 집중되는지에 대한 질문이 다시 던져지고 있다.

 

 

유통의 길목마다 작은 관문이 하나씩 놓여 있다면, 그 관문을 통과하는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가. 이번 롯데홈쇼핑 사태는 그 질문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의 판단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19년간 유지돼 온 관행의 방향도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기자 사진
내외신문 경제부장
man9088@naver.com
  • 도배방지 이미지

롯데홈쇼핑 관련기사목록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