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천국제공항 전경 (사진=인천공항공사) 내외신문
|
[내외신문/전용욱 기자] 중동 지역 군사 충돌이 글로벌 항공 네트워크를 뒤틀며 예상치 못한 ‘노선 재편 효과’를 낳고 있다.
특히 두바이 등 중동 허브를 경유하던 유럽행 항공 수요가 직항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국내 항공사들이 단기적 호황을 누리는 이례적 상황이 펼쳐졌다.
그러나 이는 마치 폭풍 전야의 고요처럼, 오래 지속되기 어려운 ‘반짝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주요 직항 노선 탑승률은 전년 대비 약 15% 상승했다.
통상 안정적인 수요 흐름을 보이던 장거리 노선에서 두 자릿수 상승률이 나타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는 단순한 여행 수요 증가라기보다, 항공 경로 자체가 강제로 재편된 결과에 가깝다.
핵심 변수는 중동이다. 지난 2월 말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지역 공역 운항이 사실상 제한되면서, 기존 ‘경유 중심’ 유럽 항공 구조가 급격히 흔들렸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두바이, 도하 등을 경유하던 항공편이 막히자, 승객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직항 노선으로 이동했다.
이 변화는 항공사 입장에서 단기적인 ‘수익 부스트’로 작용했다. 경유 노선 대비 가격이 높은 직항 항공권 판매가 증가하면서 수익성 개선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은 외부 충격에 의존한 일종의 ‘비정상 수요’라는 점에서 지속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항공 수요를 압박하는 더 강력한 변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바로 유가 상승과 이에 따른 유류할증료 급등이다.
올해 4월 적용 유류할증료 기준이 되는 항공유 가격은 2016년 이후 최대 수준인 18단계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상승이 아니라, 구조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임계치 접근’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유럽 노선 왕복 기준 유류할증료는 약 40만원 수준까지 치솟았으며, 일부 노선에서는 이보다 더 높은 비용이 부과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류할증료는 항공권 가격에 직접 반영되는 요소다. 특히 장거리 노선일수록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단거리 노선이 수만원 수준의 인상에 그치는 반면, 유럽이나 미주 노선은 수십만원 단위로 상승한다. 이는 소비자의 여행 의사 자체를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직항 호황’은 수요 증가가 아니라 공급 제약이 만든 착시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착시는 유류비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빠르게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와 항공업계는 공통적으로 2분기를 ‘실적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항공유 가격 상승은 통상 1개월가량의 시차를 두고 비용에 반영되는데, 이미 지난달부터 상승세가 본격화된 만큼 2분기 실적에는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이중 압박이 시작되는 셈이다. 수요는 줄어들고 비용은 증가하는 구조다. 특히 장거리 노선 의존도가 높은 항공사일수록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전쟁 리스크를 넘어, 글로벌 항공 산업이 얼마나 지정학적 변수에 취약한 구조인지 보여주는 사례로도 읽힌다. 특정 허브에 의존한 환승 구조, 유가에 민감한 비용 체계, 그리고 외부 충격에 따라 급변하는 수요 흐름까지.
하늘길은 열려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위를 흐르는 경제의 공기는 결코 자유롭지 않다. 지금의 유럽 직항 호황은 일종의 ‘기류 이상’에 가깝다. 그리고 그 기류는 곧 거센 역풍으로 바뀔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