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내용은 김성태 전 회장이 2023년 1월부터 9월까지 수원지검에서 받은 검찰 조사 진술조서를 바탕으로 확인된 것으로,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와의 통화 여부와 보고 체계, 대북송금과의 연관성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질문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였다. 김성태가 이재명과 실제로 통화했는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대북송금 사실을 이재명에게 보고했는지, 그리고 쌍방울의 대북송금이 이재명 방북을 위한 비용이었는지 여부였다.
수사의 흐름이 바뀐 시점은 2023년 1월 말이었다. 김성태 전 회장은 태국에서 체포돼 국내로 송환된 직후인 1월 17일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씨와 전화한 적도 없고 전화번호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약 열흘 뒤인 1월 28일 검찰 조사에서 진술이 달라졌다.
당시 조사에서 김성태 전 회장은 “술자리에서 이화영이 이재명 지사와 통화를 하다가 저를 바꿔준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지사가 ‘김 회장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즉시 그 발언의 의미를 파고들었다. 조사 기록에 따르면 검사는 “이재명 지사가 감사하다고 할 이유가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를 대신 내주기로 한 것 외에 다른 이유가 있었느냐”고 물었고, 김 전 회장은 “없다”고 답했다.
이는 검찰이 제3자 뇌물 혐의의 핵심 근거로 제시했던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 대납’과 이재명 당시 지사의 인식 여부를 연결하려 했던 질문으로 해석된다.
이튿날인 1월 29일 조사에서도 유사한 질문이 이어졌다. 검찰은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을 상대로 “이화영이 500만 달러 대북송금과 관련해 이재명 지사에게 보고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방 전 부회장은 “그렇다. 이화영이 이재명 지사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같은 자리에서 김성태 전 회장도 “이화영으로부터 여러 번 이재명 지사가 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하며 같은 취지의 진술을 보탰다.
2월 조사에서는 질문이 더 직접적으로 바뀌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에게 이재명과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묻기 시작했다. “이재명 지사를 만나려고 시도한 적이 있느냐”, “대선 이후 만남 약속을 잡았느냐”, “이화영이 이재명에게 만남을 전달했느냐”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김 전 회장은 “적어도 세 번 이상 통화했다”고 답하며 “이화영이 제 앞에서 이재명과 통화를 했고 대선 직후에도 통화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이재명 공약 중 북한 사업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며 “북한 측과 합의한 사업 내용이 경기도에도 전달됐으니 도지사에게 보고됐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수사의 또 다른 전환점은 2023년 3월이었다. 당시 검찰은 김성태, 방용철, 안부수 등 사건 관련 인물 6명을 동시에 불러 대질신문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김성태 전 회장은 “이화영 부지사가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검찰이 “문제가 해결된 뒤 이재명 지사의 전화도 받았느냐”고 묻자 김 전 회장은 “맞다. 이화영이 전화라면서 바꿔줬다”고 답했다. 방용철 전 부회장도 “기억난다”고 말했고, 안부수 전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은 “북한에 갈 때 경기도지사 명의 친서를 받아 갔다”고 진술했다.
이 같은 진술은 검찰이 제시한 사건 구조와도 맞물렸다. 검찰은 ‘쌍방울의 500만 달러 대북송금 → 경기도지사 방북 추진 → 협약 발표 → 대북사업 공개’라는 흐름으로 사건을 설명했다.
그러나 사건은 이후 또 다른 국면을 맞았다. 2023년 6월 이화영 전 부지사가 법정에서 이재명 관련 진술을 했다가, 7월 재판 과정에서 입장을 번복하면서 진술 신빙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졌다.
김성태 전 회장의 발언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했다. 그는 2024년 인터뷰에서 “이재명과 공범 관계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열린 대북송금 공판에서도 “북한에 돈을 건넨 것은 개인적으로 한 것이며 경기도나 이화영에게 대가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특히 그는 법정에서 “사실상 김성태의 대북송금이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2023년 9월 검찰 조사 말미에는 “이화영과 이재명 모두 내 진술이 허위라고 말하고 있으니 반드시 대질을 시켜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러한 관계자 진술을 근거로 같은 해 9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법원은 영장 기각 사유에서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의 진술을 포함한 현재까지의 자료만으로는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진술조서 공개는 당시 수사가 어떤 질문 구조로 진행됐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사건의 핵심 연결 고리를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와의 관계로 설정하고 질문을 반복했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향후 재판 과정에서도 논쟁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북송금 사건은 여전히 법적 판단이 진행 중인 사안이다. 그러나 진술의 변화, 수사 방향, 그리고 법원의 판단까지 얽히면서 정치적 논쟁과 법적 판단이 동시에 이어지는 복합적인 사건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