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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발생한 대규모 오지급 사고는 단순한 전산 입력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62만원을 지급하려다 62만 비트코인을 지급한 사고’는, 민간 기관이 사실상 화폐 기능에 준하는 디지털 자산을 운용할 때 어떤 구조적 위험이 발생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특히 이 사고는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중요한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사고의 핵심은 오류의 크기가 아니라 오류가 발생한 구조에 있다. 빗썸은 내부 이벤트 시스템에서 단위 입력을 잘못하는 바람에 천문학적 규모의 자산을 외부로 이전했다. 대부분은 회수됐지만, 일부는 이미 현금화되거나 다른 자산으로 전환돼 완전 회수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민간 거래소의 내부 통제 실패가 곧바로 자산 이동과 손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구조는 스테이블코인에서 더욱 치명적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안정성을 이유로 이용자에게 현금과 유사한 자산으로 인식된다. 투자 자산이 아니라 결제·송금·보관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에서 발생한 사고는 개인 투자자의 손실을 넘어, 지급 결제 신뢰 자체를 흔들 수 있다.
문제는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이 이러한 위험을 제어할 제도적 장치를 갖추기 어렵다는 점이다. 준비금 관리, 발행량 통제, 사고 발생 시 강제 회수 권한, 최종 책임 주체 모두가 명확하지 않다.
거래소나 민간 기업은 시스템을 운영할 뿐, 통화 주권을 전제로 한 강제력이나 공적 신뢰를 갖고 있지 않다. 빗썸 사고처럼 단일 실수만으로도 대규모 혼란이 발생하는 이유다.
해외 주요 국가들이 민간 스테이블코인에 신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바이의 가상자산 규제 당국인 와 금융 규제기관은 민간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엄격한 요건을 부과하거나 사실상 금융권 내 활용을 제한해왔다. 기술 실험은 허용하되, 화폐 기능이 결합되는 순간 공적 통제 밖에 둘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인도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는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통화 정책과 금융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특히 중앙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이 국가의 통화 통제 범위를 벗어나 자본 이동과 결제 질서를 교란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민간 발행보다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우선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러한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빗썸 사고는 우연적 해프닝이 아니라 구조적 위험의 현실화에 가깝다. 이번에는 이벤트 오류였지만, 만약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같은 방식으로 오지급됐다면 상황은 훨씬 심각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용자들은 이를 현금처럼 인식했을 것이고, 회수 불능 상태는 곧바로 결제 시스템 신뢰 붕괴로 이어졌을 수 있다.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가장 큰 문제는 책임의 최종 도착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기업은 보상을 약속할 수 있지만, 그 재원과 지속성은 기업의 재무 상태에 달려 있다. 반면 화폐 시스템은 국가 전체의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이 간극이 존재하는 한, 민간에게 화폐 기능을 맡기는 구조는 언제든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빗썸 사고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통제의 문제를 드러냈다.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의 효율성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화폐 기능과 결합되는 순간 요구되는 책임 수준은 전혀 달라진다.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위험성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이번 사고는 한국 사회가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혁신 상품이 아니라, 통화 질서의 일부로 바라봐야 할 시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저작권자 ⓒ 내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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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신문 대표 기자 금융감독원, 공수처 출입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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