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범죄 전담 특별사법경찰 강화가 필요한 이유속도와 전문성이 만드는 금융범죄 대응의 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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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태수 기자 |
금융범죄는 더 이상 일부 투기꾼의 일탈이 아니다. 거대 자본, 복잡한 금융상품,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오늘날의 금융범죄는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구조적 범죄가 됐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회계조작, 사모펀드 사기, 대규모 보이스피싱과 불법 대출, 금융회사 내부통제 붕괴까지 범죄의 전장은 넓어졌고 수법은 정교해졌다. 문제는 범죄가 진화하는 속도를 공권력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금융범죄는 속도가 생명이다. 자금은 실시간으로 쪼개져 이동하고, 계좌는 해외로 흩어지며, 서버 기록은 삭제되고, 관련자들은 순식간에 입을 맞춘다. 범죄가 발생한 직후 초기 대응이 늦어지면 핵심 증거는 사라지고 추적은 어려워진다.
그러나 현재 금융범죄 대응 구조는 감독, 제재, 수사로 이어지는 단계가 길고 복잡하다. 감독기관이 이상 징후를 포착해 검사와 감리를 거쳐 제재 절차를 밟고, 다시 수사기관에 이첩하는 과정에서 수주, 수개월이 소요되기도 한다. 그 사이 범죄자들은 증거를 인멸하고 자금을 세탁한다.
이 지점에서 금융범죄 전담 특별사법경찰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담 특사경은 금융감독과 수사 사이의 단절을 메우는 연결 장치다. 범죄 혐의가 명확한 사안에 대해 즉시 수사로 전환하고, 증거 보전과 핵심 자료 확보, 관련자 초기 진술 확보 등 골든타임을 지켜내는 역할을 맡는다. 이는 수사권을 무한정 확대하자는 주장이 아니라, 금융범죄의 특성에 맞는 신속 대응 체계를 만들자는 제도적 요구다.
최근 검찰권 조정 이후 수사 체계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금융범죄 영역의 공백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일반 형사범죄와 달리 금융범죄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파생상품 구조, 회계기준, 내부통제 시스템, 금융 IT 인프라에 대한 이해 없이는 범죄의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금융감독 경험과 전문 인력을 보유한 전담 특사경이 없다면, 복잡한 금융범죄는 수사기관의 책상 위에서 해독되지 못한 암호문으로 남을 위험이 크다.
해외 주요국들도 금융범죄 대응에 있어 규제기관과 수사기관의 결합 모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영국, 미국, 유럽 주요국은 금융감독기구가 강력한 조사 권한을 갖고 있으며, 형사 처벌로 이어지는 통로를 제도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감독과 수사가 단절되지 않도록 설계된 구조는 금융시장에 강력한 경고 신호를 보낸다. 적발되면 끝까지 추적당하고, 처벌받는다는 확신이 시장 질서를 지탱하는 억지력으로 작동한다.
투자자는 공정한 시장을 믿고 자금을 맡기고, 기업은 투명한 회계 위에서 성장한다. 그러나 불공정거래와 회계조작, 사기성 금융상품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도 제때 단죄되지 않으면 시장은 무너진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물론 권한 확대에는 통제와 책임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수사 착수 요건을 명확히 문서화하고, 강제수사는 법원 영장을 전제로 단계적으로 연동하며, 사건 처리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오남용에 대해서는 강력한 감사와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권한은 칼이 아니라 공구여야 한다. 범죄를 막기 위한 도구로만 쓰여야 한다.
금융범죄는 국경을 넘고, 기술을 타고, 제도의 빈틈을 파고든다. 국가가 과거의 속도로 대응한다면 범죄는 언제나 한 발 앞서갈 수밖에 없다.
금융범죄 전담 특사경은 공권력이 다시 속도를 회복하기 위한 제도적 엔진이다. 금융시장의 공정성과 국민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이제는 금융범죄에 특화된 수사 체계를 갖출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