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을 ‘자산’으로 다시 묻다… 한국가상자산법학회 출범의 문제의식기술을 넘어 헌법과 민법의 질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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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상자산법학회 창립총회 |
1월 16일 화요일, 서울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한국 가상자산 법 논의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한국가상자산법학회가 창립총회를 열고 초대 회장으로 박승두 회장의 취임을 알린 것이다.
이날 행사는 가상자산을 둘러싼 법 논의가 기술 규제나 이용자 보호라는 틀에 머물러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법학회는 앞으로 가상자산을 단순한 기술 대상이나 규제 대상이 아닌, ‘자산’으로서 어떻게 해석하고 법체계 안에 위치시킬 것인가를 본격적으로 다루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한국가상자산법학회가 제시한 방향은 명확하다. 헌법 전반, 민법과 상법, 그리고 세무법 체계 속에서 자산은 어떻게 정의되어 왔는지를 다시 점검하고, 이 기존 정의 안에 가상자산이 포섭될 수 있는지, 혹은 기존 틀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자산 유형으로 재구성해야 하는지를 법학의 언어로 정리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날 발제에서는 가상자산의 법적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이 제기됐다. 가상자산은 헌법상 재산권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는가, 민법상 ‘물건’으로 볼 수 있는가, 부동산이나 동산처럼 민사집행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들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횡령이나 배임과 같은 형사범죄에서 가상자산을 ‘재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대법원 판례와 학계 다수 견해가 부정적이라는 점도 함께 공유됐다.
박승두 회장은 “가상자산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아직 법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바로 그 정체성을 밝히는 작업이 가상자산법학회를 설립한 가장 큰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상자산을 둘러싼 논의가 규제의 필요성이나 위험 관리에 집중되면서, 정작 법적 성격과 자산성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축적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축사를 맡은 김형주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이사장은, 블록체인 산업이 기술 중심 단계에서 자산과 금융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과정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그는 “산업의 성격이 바뀌는 만큼, 이에 걸맞은 법률적 토의와 정교한 검토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이런 시점에 가상자산법학회가 출범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토론자로 참석한 최철호 청주대학교 교수는 현행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여전히 많은 공백을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법이 규정하지 못한 영역을 방치할 경우 시장과 이용자 모두 불확실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학계와 실무, 정책 당국이 참여하는 치열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가상자산법학회의 출범은 가상자산을 둘러싼 논의의 초점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에서 ‘법은 이 새로운 자산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로 옮겨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술 변화에 뒤따라가는 법이 아니라, 자산의 개념 자체를 재정의함으로써 법체계의 기준점을 다시 세우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서 소개된 박승두 회장의 저서 ‘가상자산법’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에 있다. 복잡한 가상자산 관련 법안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일반인과 실무자를 위해, 현행 법안과 그 해석을 정리한 이 책은 법과 시장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실천적 시도로 평가된다.
한국가상자산법학회는 앞으로 가상자산을 둘러싼 헌법적 가치, 재산권 개념, 민사·상사법적 구조를 체계적으로 검토하며,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자산의 법적 자리를 모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번 학회 출범은 가상자산을 둘러싼 한국 법학의 질문이 비로소 본질로 향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