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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안 먹어도 배부르는 약에 취한' 지부티'

-카트 소비의 경제적 부담
가계 수입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카트 구매 비용.

-국경의 독특한 문화와 화합의 상징
에티오피아와 지부티를 잇는 상징적 공간과 국경 문화.

-난민촌의 자원 부족과 교육 문제
난민촌에서 발생하는 자원 부족과 과밀한 교육 환경의 문제점.

김학영 기자 | 기사입력 2024/12/31 [11:22]

밥 안 먹어도 배부르는 약에 취한' 지부티'

-카트 소비의 경제적 부담
가계 수입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카트 구매 비용.

-국경의 독특한 문화와 화합의 상징
에티오피아와 지부티를 잇는 상징적 공간과 국경 문화.

-난민촌의 자원 부족과 교육 문제
난민촌에서 발생하는 자원 부족과 과밀한 교육 환경의 문제점.

김학영 기자 | 입력 : 2024/12/3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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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트(Khat)는 주로 동아프리카와 아라비아 반도에서 재배되는 상록 관목으로, 학명은 Catha edulis입니다. 이 식물의 잎과 줄기는 각성 효과를 지닌 알칼로이드 성분인 카틴과 카티논을 함유하고 있어, 현지에서는 기호품으로 씹는 문화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부티에서 마약성 식물로 분류되는 카트에 중독된 사람들의 삶을 조명하는 영상은 그들이 겪는 고통과 희망을 담아내며, 이 지역의 사회적, 경제적 현실을 심도 있게 탐구한다.

 

카트는 지부티에서 단순한 기호품을 넘어, 경제와 문화의 한 축을 이루는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카트는 에티오피아에서 수입되어 지부티 전역에 유통되며, 소비자들에게는 최고의 각성제로 인식된다. 매일 두세 단씩 카트를 소비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자신의 하루 수입의 30% 이상을 여기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는 카트가 단순한 개인적 선택의 영역을 넘어 지부티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음을 시사한다.

 

지부티에서 카트를 소비하는 모습은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오후 1시가 되면 상점들이 닫히고 남자들이 모여 카트를 씹으며 시간을 보내는 풍경이 흔하다. 약 7천 원에 거래되는 카트는 소비자들에게 배고픔을 잊게 하고 긴장을 풀어주는 매개체로 여겨지며, 이러한 의존성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에티오피아에서 카트를 들여오는 유통 과정은 정부의 공식적인 관리 아래 이루어지며, 이 과정에서 도매업자들은 높은 이윤을 남긴다. 지부티와 에티오피아 간의 국경은 사실상 경계선의 의미가 희미한 상태로, 비자 없이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하다. 이러한 환경은 양국 간 교역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돕지만, 동시에 카트와 같은 상품이 지닌 사회적 부작용을 확대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지부티와 에티오피아를 잇는 국경 마을 릴에서는 이 지역만의 독특한 풍경이 펼쳐진다. 국경은 특별한 표지 없이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하며, 사람들은 이를 통해 카트를 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카트는 국경을 넘어오는 가장 수익성이 높은 교역품으로 꼽힌다.

 

지부티에서는 전력의 100%를 에티오피아에서 수입하는 상황이지만, 이로 인해 전기 요금이 높아지는 문제를 겪고 있다. 국경을 넘는 사람들의 휴식처로 기능하는 곳에서는 에티오피아와 지부티를 상징하는 화합의 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단순히 상품과 사람의 이동을 위한 공간을 넘어, 두 나라 사람들이 교류하며 휴식하는 장소로 활용된다.

 

한편, 지부티는 소말리아 난민들의 주요 정착지로도 알려져 있다. 소말리아에서는 폭력 사태와 무정부 상태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지부티로 피난해 왔다. 현재 약 27만 명에 달하는 소말리아 난민이 지부티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은 지부티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난민들은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낙타에 설탕과 곡식을 싣고 수십 킬로미터를 이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이동조차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으며, 난민촌의 수용 능력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알리아촌과 같은 난민촌에서는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 교실에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몰려드는 교육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지부티는 난민의 유입과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부티는 또한 열악한 자연 환경으로 인해 물과 자원의 부족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 지역은 주로 소금 땅과 화산 지대로 이루어져 있으며, 난민들은 하루 평균 11리터의 물을 공급받고 있다. 유니세프와 유엔 난민기구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의료 시설과 약품이 부족해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있다.

 

내전을 피해 이주한 난민들 중에는 이산가족이 많으며, 이들은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여전히 어려운 환경 속에 놓여 있다. 특히 2007년 이후 에티오피아의 군사 활동으로 약 2만 명이 사망하고 15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하는 등 지역의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다.

 

이 모든 상황 속에서 카트는 지부티 사람들에게 단순한 각성제를 넘어 사회적 의존의 대상이 되고 있다. 1980년 세계 보건 기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카트는 여전히 높은 소비율을 보이며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되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기호를 넘어선 문제로, 지부티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여행을 통해 이러한 모습을 직접 목격한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난민촌에서 만난 사람들의 눈동자는 여행자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며,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과제를 던져준다.

 

 

지부티와 카트를 둘러싼 이야기 속에는 고통과 희망, 그리고 복잡한 현실이 얽혀 있다. 이러한 이야기는 단순히 한 지역의 문제를 넘어서, 더 나은 삶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고민하게 한다.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하며 일어나는 교역과 상호작용은 지부티와 에티오피아의 독특한 관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이들 지역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영상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히 이 지역의 문제를 폭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이면에 담긴 삶의 무게와 희망을 함께 조명하며 깊은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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