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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 반군 승리로 13년 만에 종결

알아사드 정권 붕괴, 러시아·이란에 치명적 타격

반군 승리가 촉발한 중동 정세 재편의 신호탄

새 정부 주도권 두고 반군 내 분열·국제사회 긴장 고조

김학영 기자 | 기사입력 2024/12/09 [08:19]

시리아 내전, 반군 승리로 13년 만에 종결

알아사드 정권 붕괴, 러시아·이란에 치명적 타격

반군 승리가 촉발한 중동 정세 재편의 신호탄

새 정부 주도권 두고 반군 내 분열·국제사회 긴장 고조

김학영 기자 | 입력 : 2024/12/0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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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아 내전은 단순한 내전이 아니라 국제 정치의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전쟁 수많은 난민을 양산한 전쟁이다. 

 

시리아 내전이 13년 만에 반군의 전격적인 승리로 사실상 막을 내리면서 중동과 국제 정세가 다시금 요동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이슬람 무장세력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을 중심으로 한 시리아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에 입성하고 승리를 선언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외부와의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알아사드 정권은 53년간 철권 통치를 이어오며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 아래 중동에서 친미·친이스라엘 세력을 견제하는 중심축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러시아와 이란은 중대한 정치적·전략적 타격을 입었다.

 

시리아 내전이 반군의 승리로 종결된 배경에는 러시아와 이란의 영향력이 급격히 약화된 점이 자리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소모전에 빠져 시리아에 개입할 여력이 부족했고, 이란 역시 가자지구 전쟁으로 인해 군사적 손실과 정치적 부담이 커졌다.

 

특히 시아파 이슬람교의 맹주인 이란은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과 헤즈볼라를 통해 중동에서의 세력을 확장하고자 했으나,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군에 지휘부를 잃고 조직력이 크게 약화된 상황에서 시리아마저 잃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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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아 내전 현황 지도 (2016년 9월 말 기준): 이 지도는 시리아 내 주요 세력의 통제 지역을 색상으로 구분하여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각 세력의 영향력 범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반군의 승리는 여러 국제 정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평가된다. HTS를 주축으로 한 반군은 지난달 27일부터 대규모 공세를 시작해 단 11일 만에 알아사드 정권을 붕괴시켰다. 이 시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집권 2기를 준비하는 시기와 맞물려 있다.

 

트럼프는 첫 집권기부터 이란에 적대적이었으며 시리아 내 쿠르드족 민병대를 지원하고 알아사드 정권 시설을 폭격하는 등 반군 측을 간접적으로 지지한 바 있다. 트럼프의 이런 접근법이 반군에게 유리한 정세를 만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반군의 승리로 중동 지역 정세는 급격히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사태를 “중동에 지진과 같은 순간”으로 표현하며, 러시아와 이란이 역내 심장부에서 중요한 동맹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란은 시리아와 레바논을 통해 이스라엘을 견제해왔으나 이제는 그 힘을 상실한 상황이다. 이스라엘의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란은 핵 프로젝트를 지속할지, 아니면 트럼프 당선인과 이란핵합의 복원을 협상할지를 놓고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리아 반군의 군사행동이 정부 장악에 그칠지 아니면 주변국으로 확산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일각에서는 반군이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을 다음 목표로 삼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만약 이런 상황이 현실화되면 중동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군은 “시리아 내부 상황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국경지대에 병력을 배치하며 경계를 강화했다. 아랍 언론 알자지라는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국경지대에 진출한 것이 50여 년 만에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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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아의 내전은 2010년 소련의 가뭄으로 인해 생겼다.    

 

새롭게 들어설 시리아 정부의 주도권 역시 관건이다. 현재 반군 세력은 민주주의 지향 세력, 쿠르드족 민병대,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등 다양한 정파가 혼재해 있다. 그러나 이번 공세를 이끈 HTS는 과거 알카에다 연계 조직으로 출발해 ‘이슬람 국가 건설’을 목표로 내세운 이력이 있어 국제 사회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반군 세력 중 쿠르드족 민병대인 시리아민주군(SDF)을 지원해왔지만, 시리아 내전의 종결 결과로 미국과 껄끄러운 세력이 정권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ABC는 미국이 과거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에 맞서도록 키운 탈레반이 결국 미국의 안보 위협으로 돌아온 사례를 언급하며, 현재 시리아 상황과의 유사성을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시리아는 우리의 우방이 아니며 미국은 시리아와 관련해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며 거리를 두는 발언을 했다. 이는 시리아 내전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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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리아에서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현 바이든 행정부는 반군의 승리를 두고 “시리아에서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상황을 면밀히 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행정부 교체 과정을 거치며 시리아 정세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랍에미리트(UAE)의 대통령실 외교 고문 안와르 가르가시는 바레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리아는 여전히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이 중요한 걱정거리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시리아 내전의 종결은 반군의 승리로 끝났지만, 그 여파는 중동 지역 전반에 걸쳐 크고 복잡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새로운 권력의 중심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긴장과 국제사회의 대응이 앞으로의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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