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무임승차론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주도로 대중화된 개념이지만, 그 뿌리는 훨씬 더 오래된 역사를 가진다. 이 용어는 트럼프가 만든 것이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끈 미국의 제34대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의 발언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재임 시절, 방위비 부담을 상대적으로 적게 지출하는 동맹국들에 대해 “미국을 빨아먹고 있다”고 비판하며, 현재 동맹 무임승차론의 기초를 닦았다. 이러한 발언은 미국이 세계 경찰로서의 역할을 자처하며 막대한 국방비를 부담해야 했던 맥락에서 비롯되었다.
미국은 본래 고립주의를 외교 원칙으로 삼았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1796년 고별 연설에서 “영속적인 동맹은 삼가야 한다”고 언급하며 미국 외교의 방향을 제시했다. 태평양과 대서양으로 둘러싸인 지리적 이점을 통해 다른 지역 분쟁에 개입하지 않고도 자국의 안전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격은 고립주의의 위험성을 깨닫게 했고, 이후 국제주의로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미국은 유럽과 아시아를 비롯한 동맹국들의 안보를 보장하며 세계 경찰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천문학적인 국방비를 지출하게 되었다.
2025년 회계연도 기준 미국의 국방 예산은 8,498억 달러로, 이는 세계 2위부터 11위까지의 국가가 합친 금액보다 많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난해보다 0.9% 증가에 그쳐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1.5% 감소한 셈이다.
반면 중국은 2024년 국방 예산을 전년 대비 7.2% 증가시켜 1조 6,700억 위안, 약 309조 원에 달하는 규모를 편성했다. 미국의 재정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으며, 국가 부채는 2023년 약 32조 달러에서 2024년 35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국방비보다 부채 이자 상환에 더 많은 자금을 할애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며, 점차 쇠퇴하는 거인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지속적으로 흑자를 내고 있다. 2020년 172억 달러, 2022년 282억 달러, 2023년에는 444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했으며, 2022~2023년 동안만 약 100조 원 이상의 이익을 거두었다.
트럼프는 이러한 무역 불균형을 근거로 "한국은 삼성 TV를 팔아 돈을 벌면서도 미국이 한국을 보호해주고 있다"고 주장하며,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려 했다. 특히 2019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트럼프는 이를 5배로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독일 등 주요 동맹국을 대상으로 한 동일한 논리였다.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은 2016년 대통령 선거를 통해 본격적으로 표면화되었지만, 이는 사실 1987년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보스턴글로브> 등에 실린 유료 광고를 통해 이미 등장한 개념이었다. 당시 트럼프는 "일본은 막대한 무역 흑자를 기록하며 자국 경제를 발전시키는 동안, 우리는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쓰고 있다"며 동맹국들에게 더 큰 부담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동맹 무임승차론'은 30년간 트럼프의 삶 속에서 다듬어진 사상이었고, 결국 그의 정치적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정책은 이민자 증가와 세계화의 여파로 사회경제적 입지가 약화된 백인 노동자 계층의 지지를 받으며, 트럼프가 러스트 벨트 지역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산층을 위한 외교'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대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외교 정책 역시 국내 중산층 유권자의 표심을 고려해 설계되었음을 의미한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과학법(CHIPS Act),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등은 이러한 정책의 산물로, 미국 내 제조업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 특히 IRA는 미국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와 배터리 부품에 보조금을 제공하며, 외국산 부품 사용을 배제하는 규정을 통해 자국 산업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도 영향을 받고 있다. 2023년 한화큐셀은 미국 조지아주에 약 3조 2천억 원을 투자해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를 설립한다고 발표했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미국 역사상 최대의 태양광 투자"로 칭송했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협력을 넘어, 동맹국들에게 자국 내 투자를 유도하려는 바이든의 정책 방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 내 제조업 부활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는 궁극적으로 동맹국들에게 더 많은 부담을 지우는 '버든 쉐어링'의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동맹 무임승차론은 단순히 방위비 분담 문제를 넘어, 미국의 국가 이익과 동맹국들의 경제적 역할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논쟁이다. 과거 고립주의에서 국제주의로 전환하며 세계 안보의 중심에 서 있던 미국은 이제 그 부담을 동맹국들과 나누려 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도 글로벌 외교의 주요 쟁점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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