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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합법화와 범죄율 감소의 역설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과 1990년대 미국 범죄율 급감의 상관관계

로 대 웨이드 판결이 가져온 예상치 못한 사회적 변화

전용현 기자 | 기사입력 2024/11/25 [07:25]

낙태 합법화와 범죄율 감소의 역설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과 1990년대 미국 범죄율 급감의 상관관계

로 대 웨이드 판결이 가져온 예상치 못한 사회적 변화

전용현 기자 | 입력 : 2024/11/25 [07:25]

1973년 1월 22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역사적인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통해 낙태를 합법화했다. 이는 여성의 선택권을 보장한 중대한 결정이었으며, 미국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사생활 보호와 연관되어 큰 사회적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 판결의 여파는 단지 여성의 권리 향상에 그치지 않고, 그로부터 약 20년 후 미국 전역의 범죄율에까지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예상치 못한 사회적 결과를 낳았다. 범죄학자들과 경제학자들은 이 시기의 범죄율 급감을 분석하며 그 원인을 다각도로 탐구했지만, 로 대 웨이드 판결이 가져온 구조적 변화가 결정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낙태 합법화가 이루어진 당시 미국 사회는 여러 가지 사회적, 경제적 문제들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특히 가난한 여성들에게는 낙태가 허용되지 않았던 시기에 원치 않는 임신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했다. 이들 중 다수는 미혼이며,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었고, 불법 낙태 시술을 감행할 자원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극히 열악한 조건에서 자라날 가능성이 높았고, 범죄율이 높은 지역에서 성장하며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은 이러한 출생의 가능성을 줄이며 미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1990년대를 돌이켜보면, 미국 전역은 범죄 문제로 인해 불안에 떨고 있었다. 폭력범죄와 마약 관련 범죄, 그리고 살인 사건이 연일 뉴스에 보도되었고, 이로 인해 사회는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있었다. 범죄율은 스키장의 급경사처럼 치솟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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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C 유투브 화면 캡쳐    

 

전문가들은 이른바 슈퍼 프레데터(Superpredator)라 불리는 10대 청소년들의 폭력 범죄 증가를 우려했다. 이 용어는 젊고, 무자비하며, 반사회적 성향을 가진 청소년들을 묘사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그들이 미국 사회를 폭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경고가 대두되었다.

 

범죄학자 제임스 앨런 폭스(James Alan Fox)는 당시 미 법무부 장관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10대 청소년 범죄가 급증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제시했다. 그는 살인율이 최소 15% 증가할 것이며, 최악의 경우 30%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클린턴 대통령 역시 이러한 전망에 동의하며, 청소년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미국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이러한 예측과는 달리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의 범죄율은 급감하기 시작했다. 청소년 살인율은 예상과 달리 50% 이상 감소했고, 2000년에는 미국의 전체 살인율이 3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현상은 폭력 범죄, 강도, 자동차 절도 등 다양한 범죄 유형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범죄율의 급격한 하락은 전문가들조차 예상치 못한 사건이었다. 전문가들은 급히 그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이론을 내놓았다. 경기 회복, 총기 규제 강화, 경찰력 증대 및 효율적인 치안 정책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이들 이론은 논리적으로 타당하고, 심지어 낙관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미국 사회는 이제 범죄율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도구를 발견했다고 믿었고, 이를 통해 범죄 예방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표면적인 분석에 불과했다. 경제학자 스티븐 레빗(Steven Levitt)과 존 도너휴(John Donohue)는 2001년 발표한 연구에서 낙태 합법화가 범죄율 감소의 주요 원인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들은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약 20년이 지나면서, 원치 않는 출생이 감소한 결과 범죄율이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이 이론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통계적으로 매우 강력한 증거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레빗과 도너휴의 연구에 따르면, 낙태 합법화로 인해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날 수 있었던 아이들 중 상당수가 출생하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1990년대에 범죄를 저지를 잠재적인 인구집단의 크기가 감소했다는 것이다.

 

범죄학적 관점에서 볼 때, 모든 아이가 평등한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것은 아니다. 연구 결과들은 빈곤하고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음을 일관되게 보여준다. 특히, 낙태를 할 수 없었던 여성들은 가난하고 미혼이며, 청소년이거나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여성들이 낳은 아이들은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은 환경에서 자랄 가능성이 컸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완화하며, 장기적으로 범죄율 하락에 기여했다.

당시 언론과 전문가들은 낙태 합법화가 범죄율 감소에 미친 영향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사회적, 정치적 민감성 때문이었다. 낙태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이를 범죄 예방의 도구로 해석하는 것은 도덕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었다. 그러나 통계적 증거는 이를 부인할 수 없었다. 낙태 합법화 이후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의 부재가 범죄율 급감의 주요 요인이었음을 보여주는 데이터는 점차 학계와 정책 결정자들 사이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 현상은 나비 효과로 비유될 수 있다. 한 젊은 여성의 결정, 그리고 이를 계기로 이루어진 법적 변화가 수십 년 후 미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완화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노마 매코비, 즉 제인 로는 단지 자신의 임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소송은 미국 사회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으며, 범죄율 감소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로 대 웨이드 판결은 단순히 여성의 권리를 보장한 사건이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과 구조적 문제를 완화하며 장기적으로 범죄율 감소에 기여한 중요한 결정이었다. 이는 특정한 사회적 결정이 의도치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아 있다. 낙태 합법화가 범죄율 감소의 유일한 원인은 아닐지라도, 그 기여는 부정할 수 없으며, 이는 범죄학과 사회학, 그리고 공공정책의 교차점에서 중요한 논의의 초석이 되고 있다.

기자 사진
시민포털 지원센터 대표
내외신문 광주전남 본부장
월간 기후변화 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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