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는 없다....싼 음식을 선택한 인류의 비용동물들의 비극, 인간이 외면한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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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식 도축장에서는 그 말이 현실이 된다. 작업자들은 끝없이 반복되는 살생에 무감각해지고, 동물들의 고통은 인간의 눈에서 사라진다.
공장식 농장에서 사육되는 동물들은 상상 이상으로 비참한 환경에 놓여 있다. 닭은 날개를 펼 수조차 없는 좁은 공간에서 70일 남짓 생존한다. 돼지들은 젖을 충분히 빨지 못한 채 사료로 키워지며, 이로 인해 평생 빨고자 하는 욕구를 품게 된다.
돼지들은 종종 앞에 있는 돼지의 꼬리를 물어뜯으려 하지만, 그마저도 좌절당한다. 농장에서는 돼지의 꼬리를 자르고, 상처로 인한 병을 막기 위해 꼬리 일부를 남겨 극심한 고통을 유발한다. 이러한 과정은 동물들을 끊임없는 스트레스와 고통 속에 가두며, 인간에게 값싼 고기를 제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당화된다.
그러나 잔혹함은 동물 사육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논밭에서 나는 곡물 또한 자연의 생태계를 무너뜨린 대가로 생산된다. 자연에서 한 식물이 광범위한 지역을 독점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인간은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단일 작물로 벌판을 채운다.
이는 병충해의 급속한 확산을 야기하고, 이를 막기 위해 대량의 농약 사용이 불가피해진다. 예컨대 벼에 생기는 잎도열병은 자연 상태에서 드물지만, 대규모 논에서는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인간은 병충해를 억제하기 위해 농약과 화학 비료를 끊임없이 투입하며, 이는 땅의 건강을 악화시키고 생태계를 더욱 황폐하게 만든다.
대규모 농장들은 자연 생태계와 완전히 단절된 또 하나의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농약 제조업체, 사료 생산업체, 물류업체, 대형 마트가 연결된 거대한 시스템은 효율성을 극대화하지만, 이는 자연과 인간 모두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양상추 1파운드를 기르고 보관하며 도시로 운반하는 데는 4600칼로리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이는 양상추 자체가 제공하는 에너지보다 수십 배 많은 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 농업은 대안으로 제시된다. 지역 농업은 대규모 농장과 달리 자연 생태계를 존중하며, 작은 규모에서 다양한 작물과 가축을 함께 기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농부들은 자신만의 지혜와 경험을 바탕으로 땅에 어울리는 생산물을 선택하며, 이는 땅의 건강을 회복시키고 지속 가능한 농업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지역 농업이 자리 잡기란 쉽지 않다. 산업 농업의 생태계는 이를 방해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대규모 농장과의 거래를 선호하며, 소규모 지역 농장의 생산물은 시장에서 설 자리를 찾기 어렵다. 이로 인해 지역 농업은 점차 사라지고, 대규모 농업의 생태계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값싼 음식을 선택하는 우리의 소비 행태는 결국 농업과 환경, 그리고 우리의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마이클 폴란은 이를 ‘잡식동물의 딜레마’라고 표현하며, 우리가 무엇을 먹는지를 선택할 때 농촌의 풍경과 자연 생태계가 달라진다고 강조한다.
싼 가격만을 추구하며 대규모 농장의 음식을 선택할수록 우리는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지금의 값싼 가격은 우리가 잃고 있는 더 중요한 것들을 은폐하고 있다.
결국, 값싼 음식은 공짜가 아니다.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을 해야 하며, 먹거리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자연과 인간 모두를 위한 지속 가능한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