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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욱국, 전어를 넘어선 가을의 상징

"조강지처도 내모는 아욱국의 유래와 속담"
"막내 사위에게만 허락된 귀한 음식"
"양기를 돋우는 채소, 아욱의 역사와 영양가"

김누리 기자 | 기사입력 2024/11/22 [08:17]

아욱국, 전어를 넘어선 가을의 상징

"조강지처도 내모는 아욱국의 유래와 속담"
"막내 사위에게만 허락된 귀한 음식"
"양기를 돋우는 채소, 아욱의 역사와 영양가"

김누리 기자 | 입력 : 2024/11/22 [08:17]

아욱국은 가을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로 꼽힌다. 많은 이들이 가을 하면 전어구이를 떠올리지만, 아욱국은 그 자체로 계절의 정취를 듬뿍 담고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다.

 

된장을 풀고 아욱을 넣어 끓여낸 아욱국은 그 깊은 맛과 향으로 가을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린다. 민간에서는 아욱국에 대한 여러 속설과 이야기가 전해지며, 그 중 가장 유명한 말은 “가을 아욱국은 문 닫아 걸고 먹는다”는 것이다. 이는 그만큼 아욱국이 맛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단순히 맛있다는 것을 넘어 아욱국이 가진 상징적인 의미와 그 깊이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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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욱국 (사진=만개 레시피)    

 

특히, “가을 아욱국은 자기 계집도 내쫓고 먹는다”는 속담은 그 의미를 극대화한다. 조강지처마저 내몰고 아욱국을 먹겠다는 표현은 단순히 농담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조강지처는 어려운 시절을 함께 견뎌낸 배우자를 뜻하며, 술지게미와 쌀겨를 나누어 먹는 고난을 함께 이겨낸 동반자다.

 

그러한 배우자를 뒤로하고 아욱국을 먹겠다는 것은 그 음식이 얼마나 특별하고 귀한 것인지를 드러낸다. 한편, 전어와 비교하면 더욱 극명하다. 전어는 대개 며느리 친정 간 사이에 몰래 구워 먹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욱국은 이와 차원이 다르다. 아내를 내몰고 먹는 아욱국과 몰래 구워 먹는 전어는 애초에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욱국은 또 다른 속담에서도 특별함을 드러낸다. “가을 아욱국은 막내 사위에게만 준다”는 말이 대표적이다. 막내딸을 데려간 사위에게 특별히 대접하는 음식이 바로 아욱국이라는 것이다. 이는 아욱국이 아무에게나 나누어 먹을 수 없는 귀한 음식임을 나타낸다.

 

더 나아가 “아욱으로 국 끓여 삼 년을 먹으면 외짝 문으로는 들어가지 못한다”는 속담도 있다. 이는 아욱국이 영양가가 풍부해 포동포동 살이 찔 정도로 건강에 좋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늘날 다이어트를 중시하는 시대에서는 이 속담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옛날 사람들에게는 그만큼 건강을 보장하는 음식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아욱국의 이러한 명성은 단순히 음식의 맛과 영양에서 그치지 않는다. 아욱은 예로부터 “파루초”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이는 정자를 허물고 그 터에 아욱을 심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왜 정자를 허물면서까지 아욱을 심었을까?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어느 양반집 안방마님이 서방님이 아욱국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하인에게 정자를 허물고 그 자리에 아욱을 심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농담처럼 들릴 수 있지만, 아욱이 가진 영양과 그 효능을 고려하면 이해가 간다. 아욱은 양기를 보충해주는 채소로 알려져 있으며, 중국 원나라 시대의 농서에서도 이를 “양초”라 칭하며 채소 중 으뜸으로 꼽았다. 안방마님이 정자를 허물며 아욱을 심으라는 명령을 내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욱국을 둘러싼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가을에 수확한 아욱으로 국을 끓였을 때, 남편이 조강지처를 내쫓고 혼자 먹겠다고 하면 그 상황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는 단순히 음식의 맛을 넘어선 사회적, 문화적 맥락을 담고 있다. 아욱국이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가족 간의 관계와 계절의 흐름, 심지어 농경 사회에서의 가치관까지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아욱국은 가을의 맛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으며, 그에 얽힌 속담과 이야기는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아욱국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넘어, 가을의 풍미를 상징하는 하나의 문화적 상징으로서 자리매김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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