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굴비로 유명한 물만밥' 손님 접대 음식의 숨겨진 역사과거의 일상식이자 손님 접대 음식, 물만밥의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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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밥은 조선시대 임금들도 즐겨 먹던 음식이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성종은 가뭄으로 백성들이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백성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겠다는 의미로 40일 이상 점심 때마다 물만밥을 먹도록 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는 백성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 성종이 내린 결정이었고, 신하들이 성종의 건강을 염려해 중지할 것을 건의했음에도 그는 이를 거부하며 물만밥을 고집했다고 전해진다.
정조 역시 물만밥을 즐긴 임금 중 하나였다. 그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이 있는 화성을 다녀가며 물만밥을 먹은 후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는 기록을 남겼는데, 이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그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고 전해진다.
물만밥의 종류도 다양했다. 차가운 물에 밥을 말아 먹는 밥을 '수요반'이라고 했으며, 물과 밥을 함께 끓여서 먹는 '수소반'도 있었다. 실학자 이익은 물만밥에 대해 "찬이 없어도 물에 말아 먹으면 맛이 더해진다"며 "물만밥을 먹는 것은 우리나라의 전통 풍속"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화는 찬밥에 물을 붓고 데운 누룽지 문화와도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오늘날에는 차가운 물에 밥을 말아 보리굴비와 함께 즐기는 '보리굴비 정식'이 고급 요리로 자리 잡고 있으며, 그 가격도 만만치 않다. 과거 급히 끼니를 때우기 위해 먹었던 물만밥이 현대에는 별미로 재탄생한 것이다. '역사란 돌고 도는 것'이라는 말이 어울릴 법하다.
중국 청나라 황제 건륭제도 물만밥과 비슷한 음식을 경험한 일화가 있다. 건륭제가 변복을 하고 시찰 중에 농가에서 얻어 먹었던 누룽지와 채소국은, 뜨거운 누룽지에 국물을 부었을 때 '타다닥' 소리가 나며 구수한 향을 냈고, 이 음식은 황제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