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말, 한 시대를 설계했던 정도전은 권문세족의 반발 속에서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는 공민왕의 곁에서 강한 나라를 세우고자 했으나, 그의 이상은 여러 갈등 속에서 번번이 꺾이곤 했다.

공민왕의 개혁 정책을 지지하던 정도전은 권문세족과 지속적인 충돌을 겪으며, 고려의 쇠퇴를 지켜보았다. 공민왕이 피살된 후 권문세족은 우왕을 옹립하며 다시 권력을 장악했고, 이에 따라 고려는 정치적으로 다시 원나라와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되었다. 정도전은 이에 반발하여 자신의 이상과 상충하는 명령에 저항했으나, 결국 유배를 가게 되었다.

유배지에서 고려의 농민들이 땅을 잃고 노비가 되는 현실을 목격한 정도전은 이상 국가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된다. 그의 이러한 신념은 이성계를 만난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정도전은 신진 사대부와 이성계가 고려를 새롭게 변화시킬 인물이라 여겼고, 이들을 통해 자신이 꿈꾸던 이상 국가를 세우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이후 정도전과 이성계는 공양왕을 옹립하며 권문세족과 반대파의 저항에 맞섰고, 조선의 건국을 위한 초석을 다지기 시작했다.

정도전은 권문세족이 불법적으로 소유한 토지를 백성들에게 나누어 줄 것을 주장하며 과전법을 제정했다. 이는 국가의 경제 기반을 강화하고 기득권층의 부패를 억제하려는 것이었으나, 급진적인 개혁으로 인해 내부 갈등이 심화되었다.

▲ 한양을 설계했던 정도전(사진=픽사베이) 궁궐

결국 정도전과 온건파의 갈등은 그가 정치적 위기를 겪는 배경이 되었다. 특히 이성계와 수도 이전 문제로 의견 충돌을 겪으며 그의 지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성계는 수도를 개경이 아닌 한양으로 이전하고자 했고, 정도전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으나 끝내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정치적 비전은 동료이자 신뢰했던 정몽주와의 갈등에서도 드러났다. 정몽주는 고려를 지키기 위해 점진적인 개혁을 원했으나, 정도전은 새로운 나라를 세워야 한다는 결심을 굳히고 있었다. 이로 인해 정도전과 정몽주의 갈등은 결국 서로의 정치적 노선을 넘어 숙명적인 대립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조선 건국을 둘러싼 갈등의 상징이 되었다. 정도전은 이성계와 함께 반대파와의 싸움에서 승리하며 조선을 건국하는 데 성공했으나, 이방원과의 갈등으로 인해 그의 삶은 비극으로 마무리되었다.

정도전은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위해 이성계와 손을 잡았으나, 이성계의 아들인 이방원과 갈등이 점차 깊어졌다. 이방원은 정도전의 급진적 개혁과 그의 권력을 두려워했고, 정도전의 개혁이 자신의 정치적 위치를 위협할 것을 우려하였다. 결국 이방원은 정도전을 제거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정도전은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까지도 자신의 개혁 이상을 포기하지 않았으나, 이방원의 군사적 압박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조선 건국의 설계자로서 후대에 기억되지만, 그의 죽음 이후 조선은 그가 추구했던 정치적 이상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