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호황은 ‘로또’였나…HBM·GPU를 보면 이재명 대통령의 역할이 보인다윤석열 정부도 반도체·AI 외쳤지만 전체 R&D 예산은 대폭 삭감…‘사진 속 투자’와 연구현장의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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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모든 자본이 모이든 뉴욕거래소의 벨을 울리는 이재명 대통령 |
세계적인 AI 열풍이 불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막대한 수혜를 입었고, 반도체 수출 증가가 기업 실적과 세수, 주가, 성장률 개선으로 연결됐으니 이를 각각 독립적인 정부 성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세계적인 AI 혁명을 이재명 정부가 만든 것이 아니라는 지적 자체는 맞다.
그러나 여기에서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이 하나 있다.
세계 모든 나라에 AI라는 거대한 파도가 찾아왔는데 왜 한국이 그 중심에서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고 또 어떻게 주식시장이 올라갔는지 그게 전부 로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내용을 반박해보겠다.
그 답의 중심에 GPU와 HBM이 있다.
GPU가 AI 연산의 엔진이라면 HBM은 그 엔진에 엄청난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공급하는 핵심 메모리다.
AI 모델이 거대해질수록 더 많은 GPU가 필요하고, GPU의 성능이 높아질수록 더 빠르고 용량이 큰 HBM이 필요해진다.
결국 산업은
AI → GPU → HBM → 첨단패키징 → 데이터센터 → 전력·냉각 → AI 서비스
라는 거대한 생태계로 연결된다.
한국에는 이 사슬의 핵심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있었다.
특히 HBM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오랜 기간 기업과 연구진이 투자하고 실패하고 다시 기술을 개발하면서 만들어낸 결과다.
따라서 세계적인 AI 열풍을 ‘행운’이라고 부르는 것과 한국의 HBM 경쟁력을 ‘로또’라고 부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여기에서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가 AI와 반도체의 중요성을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다.
2023년 산업통상자원부 R&D에서도 차세대 지능형반도체 기술개발에 743억원을 배정했고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사업도 추진했다.
2024년 예산에서도 모든 반도체·AI 예산을 삭감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국가전략기술 가운데 반도체 예산은 2023년 5,635억원에서 2024년 6,362억원으로, AI 분야는 7,051억원에서 7,772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벌어진 일이 있다.
윤석열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에서 가장 큰 논란 가운데 하나가 바로 2024년 R&D 예산 삭감이었다.
정부가 제출한 2024년도 R&D 예산안은 25조9,152억원이었다.
2023년 본예산보다 무려 5조1,626억원, 16.6% 줄어든 규모였다.
회계상 일반재정으로 옮겨간 예산 1조8천억원을 다시 포함해 비교하더라도 실질 정부 R&D 예산은 전년보다 10.9% 감소했다.
주요 R&D 사업만 보면 정부는 108개 사업에서 3조4천억원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평가할 때는 양쪽을 모두 봐야 한다.
대통령이 반도체 공장을 방문하고 기업인들과 만나 첨단산업 투자를 강조한 장면만 보면 적극적인 첨단산업 육성 정부처럼 보인다.
실제로 전략 분야에 대한 선택적 투자도 있었다.
그러나 국가 연구개발 생태계 전체를 보면 동시에 유례없이 큰 폭의 R&D 예산 삭감이 진행됐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정책적 모순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앞에서는 반도체와 AI를 미래라고 이야기하면서 뒤에서는 그 미래기술을 만들어낼 대학·연구소·출연연·젊은 연구자들의 연구비를 대규모로 구조조정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단순히 대통령이 반도체 기업을 찾아가 사진을 찍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과학기술 정책은 결국 예산으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당시 야당 대표였던 이재명의 행보와 대비된다.
2023년 11월 15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대전에서 윤석열 정부의 R&D 예산 삭감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연구개발 예산의 대폭 삭감으로 젊은 연구자들이 연구현장을 떠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R&D 예산을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대표는 당시 이렇게 강조했다.
“첨단 과학 시대, 새로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과학기술 투자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리고 민주당이 R&D 예산을 복원해 젊은 연구자들의 희망을 꺾지 않고 대한민국의 지속성장 토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지금 다시 볼 필요가 있다.
당시는 현재와 같은 HBM 초호황의 경제적 효과가 본격적으로 한국 경제지표 전체에 반영되기 전이었다.
즉 이재명의 과학기술 투자 주장을 단순히 현재의 반도체 호황을 보고 뒤늦게 만들어낸 논리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2024년 11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는 SK AI 서밋을 찾아 최태원 SK 회장과 AI 산업 관계자들을 만났다.
여기에서 AI를 바라보는 시각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을 넘어갔다.
AI 시대에는 GPU가 필요하다.
GPU에는 HBM이 필요하다.
이를 연결하려면 첨단패키징이 필요하다.
GPU를 수십만 장 돌리려면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려면 막대한 전력과 냉각시설이 필요하다.
결국 AI 경쟁은 하나의 기업이나 하나의 기술 경쟁이 아니라 국가 산업 인프라 경쟁이라는 것이다.
이후 이재명의 대선 AI 정책에서 등장한 것이 AI 100조원 투자와 고성능 GPU 5만 장 이상 확보 구상이었다.
물론 이재명만 이런 흐름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인도의 모디 정부는 이미 2024년 3월 ‘IndiaAI Mission’을 승인하면서 1만 장 이상의 GPU를 기반으로 AI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미국 바이든 정부 역시 반도체 공급망과 HBM, 첨단패키징을 국가전략산업으로 다뤘다.
윤석열 정부 역시 AI 연산 인프라를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따라서 “세계 지도자 가운데 이재명만 AI의 미래를 알았다”는 식의 주장은 필요하지도 않고 사실에도 맞지 않는다.
진짜 비교할 것은 따로 있다.
누가 AI의 중요성을 말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국가의 연구개발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GPU와 HBM, 데이터센터, 전력, AI 서비스를 하나의 산업전략으로 연결하려 했느냐는 것이다.
대통령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공장을 방문하는 것은 필요하다.
기업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하는 수백조원의 ‘투자계획’을 볼 때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그 숫자 가운데 상당 부분은 정부 예산이 아니라 기업이 앞으로 투자하기로 한 민간투자다.
정부가 기업의 투자계획을 발표한다고 해서 그 전체 금액을 정부가 투자한 것은 아니다.
정부의 진짜 정책 의지는 국가 R&D와 인력양성, 전력망, 인허가, 세제, 금융, 인프라에 얼마를 투입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윤석열 정부의 2024년 R&D 삭감은 뼈아픈 대목으로 남는다.
특히 AI와 반도체처럼 한 번의 연구 실패가 다음 기술을 만드는 산업에서 연구 생태계의 연속성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AI 열풍이 한국에 행운이었다는 것은 맞다.
하지만 로또라는 비유에는 결정적인 오류가 있다.
로또 1등은 준비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찾아온다.
HBM은 그렇지 않다.
10년, 15년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연구자를 키워야 한다.
반도체 장비와 소재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공장을 지어야 한다.
수율을 높여야 한다.
첨단패키징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AI 시대가 왔을 때 GPU·데이터센터·전력·AI 서비스로 산업을 다시 확장해야 한다.
세계적인 AI 열풍은 행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행운을 잡을 HBM 기술은 대한민국 기업과 연구자들이 수십 년간 만든 실력이다.
정부의 역할은 자신이 AI 열풍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만든 HBM이라는 세계적 기술을 GPU, 데이터센터, 국산 AI반도체, 전력망, 피지컬 AI와 연결해 다음 10년의 산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윤석열 정부와 이재명 정부의 정책을 비교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AI와 반도체 투자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평가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그러나 첨단산업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전체 국가 R&D 예산을 대폭 삭감했던 것도 역사에 남아 있는 숫자다.
반대로 이재명은 야당 대표 시절부터 R&D 삭감에 반대했고 이후 AI 산업 현장을 찾아 GPU와 AI 컴퓨팅 인프라 문제를 정책 의제로 키웠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의 성과를 평가할 질문은 더욱 명확해진다.
AI라는 행운을 만났느냐가 아니다.
윤석열 정부 시절부터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던 HBM이라는 기술적 자산과 세계적인 AI 붐이라는 기회를 실제 국가 산업경쟁력으로 얼마나 전환했느냐가 핵심이다.
사진 한 장은 하루면 찍는다.
하지만 HBM 하나를 만드는 데는 10년이 넘게 걸린다.
그래서 과학기술 국가의 진짜 성적표는 대통령의 현장 사진보다 연구실의 불이 계속 켜져 있었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