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까지 간다”…‘매우 강한 엘니뇨’가 세계를 흔든다WMO, 2027년 2월까지 엘니뇨가 지속될 가능성 ‘거의 100%’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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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루 해군은 과학조사선 BAP 카라스코호를 이용해 엘니뇨 감시용 해양관측 부이를 설치했다. 약 3톤의 부이는 해저 고정추와 연결돼 해수온과 해류 변화를 실시간 관측한다. 두 부이로 구축되는 ‘나일람프Ⅱ’는 엘니뇨와 연안 엘니뇨의 발달, 켈빈파의 페루 해안 도달을 조기에 감지해 기상재해 대응에 활용된다. |
WMO가 엘니뇨 전망에서 이처럼 단정적인 수준의 확률을 제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중부·동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면서 대기 순환과 강수대의 위치가 달라지는 자연적인 기후현상이다. 통상 2∼7년 간격으로 발생하고 약 9∼12개월 지속된다.
그러나 이번 엘니뇨가 특별히 주목받는 이유는 이미 산업화 이전보다 훨씬 뜨거워진 지구 위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WMO는 엘니뇨 자체가 기후변화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설명한다. 다만 화석연료 사용으로 높아진 지구 평균기온과 비정상적으로 뜨거워진 바다가 엘니뇨의 영향과 겹치면 폭염·가뭄·집중호우·산불 같은 극한기상이 더 큰 재난으로 번질 수 있다.
자연적인 기후 변동이라는 불씨가 지구온난화라는 마른 장작더미 위에 떨어지는 셈이다. 엘니뇨가 강하다고 모든 지역에서 똑같은 재난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 세계 기후와 경제가 동시에 흔들릴 위험은 그만큼 커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구가 미지의 바다로 들어가고 있다”고 경고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 ▲ 미국 NOAA 태평양해양환경연구소는 조사선을 이용해 전 세계 바다에 아르고 관측 부이를 설치한다. 부이는 수심 약 2천m까지 오르내리며 수온·염분·수압을 측정하고 자료를 위성으로 전송한다. 수집된 정보는 엘니뇨 예측과 해양 온난화 분석, 기후변화 연구, 장기 기상예보의 핵심 자료로 활용된다. 이분석에서 지금 기후변화가 심각함을 감지했다고 알리고 있다. |
해수면뿐 아니라 바닷속까지 달아올랐다
이번 전망의 근거는 단순한 장기예측 모델에만 있지 않다. 실제 관측자료에서도 적도 태평양의 비정상적인 고온이 확인되고 있다.
WMO에 따르면 엘니뇨를 판단하는 핵심 구역인 ‘니뇨 3.4’ 해역의 해수면 온도 편차는 2026년 5∼7월 평균 평년보다 1.5도 높았고, 7월에는 2도까지 벌어졌다. 7월 말부터 8월 중순 사이의 주간 편차는 약 2.2∼2.6도까지 상승했다.
일부 해역에서는 바닷속 수온이 평년보다 8도 이상 높게 나타났다. 뜨거운 물이 표면에만 얇게 형성된 것이 아니라 수면 아래에도 상당한 열이 축적됐다는 뜻이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도 8월 13일 발표한 진단에서 북반구의 2026년 가을과 겨울에 ‘매우 강한 엘니뇨’가 나타날 가능성을 90% 이상으로 평가했다. 특히 2026년 10∼12월 엘니뇨 강도가 1950년 이후의 주요 사례를 넘어설 역사적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을 69%로 제시했다. NOAA와 WMO가 사용하는 세부 지표와 기준에는 차이가 있지만, 엘니뇨가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는 큰 방향에서는 일치한다.
한국 기상청 역시 8월 24일, 8월 9∼15일 니뇨 3.4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29.6도로 평년보다 2.7도 높았으며 9∼11월에도 수온이 계속 상승해 강한 엘니뇨로 발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바다는 지구에 들어온 열의 대부분을 저장하는 거대한 열저장고다. 뜨거워진 바다는 대기에 더 많은 수증기와 에너지를 공급하고, 대기 순환과 제트기류, 몬순, 태풍의 이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특정 태풍이나 홍수를 엘니뇨 하나의 결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개별 재난은 해수면 온도와 대기 흐름, 지형, 토지 이용, 배수시설 등 여러 요인이 결합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 ▲ 폭우로 인해 고통받는 동남아시아. |
어떤 곳은 마르고 어떤 곳은 잠기는 ‘기후 양극화’
강한 엘니뇨는 지구 전체를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같은 시기에도 지역에 따라 전혀 다른 위험을 만든다. 서태평양과 동남아시아·호주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줄고 고온과 가뭄, 산불 위험이 높아질 수 있는 반면, 중부·동부 태평양과 남미 서부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늘어 홍수와 산사태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동아프리카 일부 지역에는 폭우가, 남부 아프리카와 중앙아메리카에는 가뭄이 나타나는 등 계절과 해역에 따라 영향도 복잡하게 달라진다. 여기에 인도양의 수온 차이로 발생하는 인도양 쌍극자와 대서양의 고수온까지 겹치면 전형적인 엘니뇨 공식과 다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WMO의 2026년 9∼11월 다중모델 전망은 거의 모든 육지에서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강수량은 지역에 따라 증가와 감소가 뚜렷하게 엇갈릴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는 평균 강수량만으로 재난의 규모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석 달 동안 내릴 비가 며칠 사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계절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해도 도시 침수와 산사태는 훨씬 심해질 수 있다. 반대로 비가 조금씩 자주 내려야 하는 농업지역에서 강수 간격이 길어지면 총강수량이 크게 줄지 않아도 작물이 말라 죽을 수 있다.
도시의 불투수면 확대, 산림 훼손, 하천 직강화, 습지 매립과 같은 개발은 기후 충격을 재난으로 증폭시킨다. 같은 양의 비가 내려도 숲과 습지가 살아 있는 곳보다 콘크리트로 뒤덮인 지역의 피해가 커지는 이유다.
따라서 앞으로의 재난조사는 “엘니뇨 때문에 발생했다”는 한 줄짜리 결론을 넘어, 기후변화와 지역개발, 재난대응 실패가 피해를 얼마나 키웠는지까지 밝혀야 한다.
기후위기는 결국 식탁과 생계의 위기로 돌아온다
가장 먼저 충격을 받는 분야는 농업과 식량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과거 41년간의 위성자료를 분석해 사헬 지역과 남부 아프리카, 남아시아·동남아시아, 중앙아메리카 건조회랑, 카리브해 일대를 엘니뇨 농업가뭄의 주요 위험지역으로 지목했다.
이들 지역의 일부 농경지와 목초지는 향후 수개월 동안 가뭄이 발생할 가능성이 50%를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앙아메리카 일부 지역은 평년보다 비가 적을 확률이 70%에 달한다. 비에 의존해 농사를 짓는 소농은 한 차례 우기가 실패하면 작물만 잃는 것이 아니다.
수입이 끊기고, 가축과 농기구를 팔아 생활비를 마련하며, 빚이 늘어나고, 결국 고향을 떠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2015∼2016년 엘니뇨 때는 전 세계에서 6천만 명 이상이 영향을 받았고 23개국을 지원하기 위해 약 50억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이 요청됐다. 당시 중앙아메리카 건조회랑에서는 350만 명이 식량불안을 겪었고, 아이티 일부 지역에서는 수확량이 최대 70% 감소했다.
이번에는 기후충격에 전쟁과 국제 곡물가격 불안, 비료·연료비 상승, 국가부채 문제가 겹쳐 있다. 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22개 고위험 국가의 주민 880만 명을 보호하기 위해 2억200만 달러 규모의 선제 대응을 추진하고 있다.
가뭄 저항성 종자와 가축 사료를 미리 보급하고, 저수시설을 확보하며, 농민에게 현금과 정확한 예보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엘니뇨의 충격은 먼 나라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쌀·밀·옥수수·콩·커피·설탕·사료작물의 생산이 흔들리면 국제가격과 운송비가 오르고, 이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장바구니 물가로 이어진다. 기후재난은 이제 환경면에만 실리는 사건이 아니라 물가·민생·이주·안보를 동시에 흔드는 경제뉴스다.
![]() ▲ 가뭄으로 농작물이 죽어버린 전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