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칼럼] 외국인 추납 논란, 국민연금 불신 부추기는 도구가 돼선 안 된다자극적인 사례보다 외국인 추납자 전수조사와 국적·체류자격별 통계 공개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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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충재 전 한국노총 부위원장 |
최근 한 달 사이 외국인의 국민연금 추후납부(추납) 사례가 잇따라 보도되며 여론이 들끓었다. 단 한 달 가입 후 119개월 치 보험료를 한꺼번에 내고 평생 노령연금을 받게 됐다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제도의 허점이 드러난 것은 사실이나, 문제는 보도의 방식이다.
정확한 실태조사도 없이 자극적인 사례 한둘을 근거로 "외국인이 국민연금을 재테크한다"는 식의 프레임이 확산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제도 자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로 돌아간다. 언론이 던진 자극적 헤드라인이 반복되는 사이, 정작 필요한 것은 사라진다. 전체 외국인 추납자 중 이런 사례가 몇 건이나 되는지, 국적별·체류자격별 분포는 어떠한지에 대한 공단 차원의 전수조사와 통계 공개가 우선이다. 실태를 모른 채 여론만 앞세우는 것은 제도 개선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포퓰리즘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보도가 반복되며 국민연금 재정 안정성에 대한 악의적 공격의 소재로 활용되는 흐름이다. 외국인 추납 문제는 전체 기금 규모에서 극히 미미한 비중임에도, 마치 국민연금 재정을 갉아먹는 주범인 양 과장되면서 "국민연금은 결국 못 받는다"는 불신을 키운다. 연금개혁이라는 본질적 과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자극적 사례 하나로 제도 전체의 정당성이 흔들리는 것은 정책적으로도 매우 위험한 신호다. 언론은 사실관계에 기반한 비판을, 정부는 신속한 실태조사와 데이터 공개를 통해 이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물론 제도적 허점은 명백히 존재한다. 첫째, 상호주의 원칙이 시급히 도입되어야 한다. 우리 국민이 해당 국가에서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없는데도 국내 체류 외국인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추납 구조를 허용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 둘째, 실거주 여부와 출입국 이력에 대한 심사 강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정부가 지난달 말부터 서류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 법령 개정을 통한 근본적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진짜 시급한 과제는 따로 있다. 저소득 고령층의 노후소득 보장이다. 국민연금 가입 이력이 짧거나 소득이 낮아 연금액이 미미한 어르신들을 위한 '생활연금'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계 감액 제도 역시 손질이 시급하다. 평생 성실히 보험료를 낸 국민이 국민연금 수령액이 일정 수준을 넘었다는 이유로 기초연금이 깎이는 구조는, 성실 납부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역설적 결과를 낳는다. 부부 감액 제도의 단계적 폐지가 논의되는 것은 다행이나, 연계 감액 자체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아울러 노후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는다는 이유로 국민연금 자체를 감액하는 소득역전 방지 장치도 저소득 수급자에게는 과도한 페널티로 작용하는 만큼 개선이 요구된다.
공적연금에 부과되는 세금과 보험료 문제도 짚어야 한다.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설계된 공적연금에 소득세와 건강보험료가 이중으로 부과되면서 실수령액이 크게 줄어드는 현실은, 제도의 취지와 배치된다. 국민연금 수급자에 대한 과세 및 보험료 부과 기준을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제도 목적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
외국인 추납 논란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국민연금 전체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감정적 여론전이 아니라 정확한 실태조사에 기반한 상호주의 도입과 함께, 저소득층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연금제도의 본질적 과제를 더는 미루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