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초과세수 국민배당제,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시대의 상식국민이 만든 데이터와 인프라로 벌어들인 AI 수익, 사회 환원은 당연한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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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시대의 초과 이윤은 국민 전체의 인프라와 데이터 위에서 만들어진 결과입니다.”김용범 정책실장이 국민배당제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
[내외신문/전태수 기자] 반도체·AI 산업은 국민 인프라 위에서 성장했다…초과 이윤의 사회 환원은 ‘반시장’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사회계약이다
AI 시대를 둘러싼 가장 거대한 질문은 단순히 “누가 기술을 선점할 것인가”가 아니다. 더 본질적인 질문은 따로 있다. “AI가 만들어내는 천문학적 부를 누가 가져갈 것인가”라는 문제다. 최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언급한 ‘국민배당금제’ 논란은 바로 이 질문을 한국 사회 한복판에 던져놓았다.
보수 진영과 일부 시장주의자들은 이를 두고 “기업 돈을 강제로 뺏는 반시장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블룸버그는 한국 증시의 변동성을 언급하며 시장의 불안 심리를 전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본질은 따로 있다.
AI 산업의 초과 수익은 과연 특정 기업과 일부 주주만의 몫인가. 아니면 국가와 국민 전체가 오랜 시간 축적해온 사회적 자산의 결과인가.
이 질문에 정직하게 답한다면, 국민배당제는 논란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시대적 필연에 가깝다.
한국의 AI 산업은 어느 날 갑자기 민간 기업 몇 곳의 천재성만으로 탄생한 것이 아니다. 지금 세계가 주목하는 반도체 산업도 마찬가지다.
수십 년간 국민 세금으로 구축된 교육 시스템, 초고속 인터넷망, 국가 전력 인프라, 산업단지, 연구개발 지원, 정책금융, 수출 지원, 공공 인재 양성 시스템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AI 산업은 존재할 수 없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과정 역시 국가와 국민의 집단적 축적 위에 세워진 결과다.
IMF 외환위기 당시 국민들은 금 모으기 운동까지 하며 국가 경제를 지탱했다. 청년들은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산업 인재로 길러졌다.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을 감내했다. 지방은 수도권 집중 속에서도 산업 기반을 제공했다. 전력망과 도로망, 항만과 통신망은 모두 공공재였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생성형 AI는 인터넷 전체의 데이터를 학습하며 성장한다. 인간의 언어, 지식, 문화, 예술, 노동의 결과물을 거대한 데이터 자산으로 활용한다. 다시 말해 AI 산업은 사실상 인류 전체의 집단지성을 원료로 삼는 산업이다.
그런데 그 결과 발생하는 수익은 소수 플랫폼과 글로벌 자본에만 집중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회 전체가 만들어낸 부가 극단적으로 사유화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김용범 실장이 언급한 ‘K자 격차’ 확대 우려는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온다.
실제로 AI 산업은 기존 제조업과 차원이 다른 독점 구조를 가진다. 반도체 공장은 지을수록 공급 경쟁이 생기지만, AI 플랫폼은 데이터와 네트워크 효과가 누적될수록 승자독식 구조가 강화된다.
한번 시장을 장악하면 사용자 데이터가 다시 AI 성능을 강화하고, 강화된 AI가 더 많은 시장을 흡수하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는 과거 석유 산업보다도 훨씬 강력한 집중 효과를 낳는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시가총액 수천조 원 규모로 팽창하는 현상은 우연이 아니다. AI 시대의 부는 노동보다 자본과 데이터에 집중된다.
문제는 이 데이터의 상당수가 국민 개개인의 삶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소비하고 검색하고 이동하고 대화하면서 데이터를 생산한다. 하지만 그 보상은 거의 받지 못한다.
국민배당제는 바로 이 불균형을 조정하자는 개념이다. 기업을 처벌하자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혁신을 부정하자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AI 산업의 성장을 사회 전체가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에 가깝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는 유사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미국 알래스카주는 석유 수익 일부를 주민에게 배당하는 ‘알래스카 영구기금’을 운영한다.
천연자원은 특정 기업만의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자산이라는 철학 때문이다. AI 시대에는 데이터와 디지털 인프라가 새로운 천연자원 역할을 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유럽에서는 디지털세와 플랫폼세 논의가 활발하다. 일부 국가들은 AI 생산성 증가로 발생하는 초과 이윤을 공공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심지어 실리콘밸리 내부에서도 기본소득 논의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오픈AI CEO 샘 올트먼조차 AI가 인간 노동을 대체할 가능성을 인정하며 새로운 소득 분배 체계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국민배당제 논의는 오히려 늦은 편에 가깝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제도를 단순한 현금 살포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국민배당제는 단기 포퓰리즘이 아니라 국가 성장 구조를 재설계하는 문제다.
AI로 발생한 초과 세수를 청년 교육, 지역 균형 발전, 디지털 기본소득, 공공 AI 인프라 구축, 의료·복지 혁신 등에 재투자한다면 이는 소비성 지출이 아니라 미래 성장 기반이 된다.
특히 한국처럼 내수 기반이 약하고 자산 격차가 심한 사회에서는 AI 초과 이윤의 사회 환원이 더 중요하다.
지금처럼 수도권 부동산과 금융자산 보유층 중심으로 부가 집중되면 청년 세대는 AI 발전을 축복이 아니라 공포로 받아들이게 된다.
“열심히 공부해도 AI가 대체할 텐데 무엇을 위해 경쟁해야 하는가”라는 냉소가 사회 전체를 잠식할 수 있다.
국민배당제는 단지 돈을 나누는 정책이 아니다. AI 시대에도 국민이 사회 구성원으로 존중받고 있다는 신뢰를 유지하는 장치다.
사회적 신뢰가 무너지면 시장도 유지될 수 없다. 소비가 줄고 출산율은 더 떨어지고 계층 갈등은 폭발하게 된다. 기술 발전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사회 시스템이 붕괴하면 성장 역시 지속될 수 없다.
흥미로운 점은 보수 진영이 시장 논리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시장이 유지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자주 잊는다는 사실이다.
교육받은 시민, 안정된 치안, 법률 시스템, 인프라, 공공 투자, 사회적 신뢰가 있어야 시장도 돌아간다. 기업 역시 사회라는 토양이 있어야 성장한다.
AI 시대는 기존 자본주의가 경험하지 못한 속도의 부의 집중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새로운 사회적 조정 메커니즘이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과거 산업혁명 시절에도 노동법과 사회보험 제도가 등장했다. 당시에도 기업들은 “시장 원리에 어긋난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사회안전망이 구축된 뒤 오히려 자본주의는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었다.
국민배당제 역시 그런 역사적 흐름 속에서 바라봐야 한다. 이것은 체제를 흔드는 급진적 발상이 아니라, AI 자본주의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에 가깝다.
AI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생산성 혁명을 만들 수 있다. 문제는 그 열매가 어디로 흘러가느냐다. 만약 극소수 플랫폼 기업과 글로벌 자본만 그 과실을 독점한다면 사회적 분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반대로 기술 발전의 혜택을 국민 전체와 공유하는 구조를 만든다면 AI는 인류 전체의 번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선택의 갈림길에 지금 한국 사회가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