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신문/전태수 기자] 중동 분쟁은 단순한 영토 싸움이나 종교적 대립으로만 설명하기에는 지나치게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겉으로는 국가 간 충돌처럼 보이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권력 유지, 경제적 이권, 그리고 이념이 서로 얽혀 하나의 거대한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 구조가 유지되는 한, 전쟁은 멈추기 어렵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란이다.
이란은 하나의 국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두 개의 군사 체계가 병존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정규군이고, 다른 하나는 혁명수비대다. 이 둘은 단순히 역할이 다른 것이 아니라, 존재 목적 자체가 다르다.
정규군은 전통적인 국가 군대다. 국토 방어와 외부 위협 대응이라는 명확한 임무를 가지고 있으며, 국제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이해되는 군사 조직의 틀 안에 있다. 이란의 정규군은 육군, 해군, 공군으로 구성되어 있고, 수십만 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쟁이 발생할 경우 국가를 대표해 싸우는 공식적인 군사력이다.
하지만 혁명수비대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다. 이 조직은 국가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이슬람 혁명’이라는 체제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즉, 국경이 아니라 이념을 방어하는 조직이다. 혁명수비대는 정규군과 별도의 지휘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최고지도자에게 직접 충성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더 중요한 것은 혁명수비대가 단순한 군사 조직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은 경제 전반에 깊숙이 개입해 있다. 건설, 에너지, 통신, 금융 등 다양한 산업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자체적인 기업과 사업을 운영한다. 이란 내 주요 인프라 사업 상당수가 혁명수비대와 연결되어 있다는 분석도 많다.
이 구조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다.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생존 방식이다. 혁명수비대 내부 인원들에게 일자리와 이익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충성을 확보하는 구조다. 역사적으로 보면 고려시대의 사병 제도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당시 권력자들은 사병에게 토지와 재화를 나눠주며 충성을 유지했다. 현대의 혁명수비대는 국가 규모에서 이와 유사한 방식을 확장해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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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전쟁 미국 이스라엘 이란의 각기 다른 이유로 인해 전쟁(사진=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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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쉽게 해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혁명수비대가 확보한 이권은 단순한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다. 만약 이들이 경제적 기반을 잃게 되면, 조직 내부의 결속이 무너지고 권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이권을 유지하기 위한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란은 이러한 구조를 기반으로 중동 전역에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레바논의 헤즈볼라다.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 조직으로, 레바논 내에서 군사력뿐 아니라 정치적 영향력까지 행사하고 있다. 이 조직은 단순한 반군이 아니라 하나의 정치 세력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란의 전략적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라크 역시 비슷한 구조를 보여준다. 이라크에는 다양한 시아파 민병대가 존재하며, 이들 중 상당수가 이란과 연계되어 있다. 이 민병대들은 공식적인 국가 군대와는 별도로 활동하면서 정치와 군사 영역에 동시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라크 정부가 이들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 구조 때문이다.
예멘의 후티 반군도 또 다른 사례다. 후티는 이란의 지원을 받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대립하고 있다. 이 갈등은 단순한 내전이 아니라, 이란과 사우디라는 지역 강국 간의 대리전 성격을 띤다. 이처럼 중동의 전쟁은 국가 간 직접 충돌이 아니라, 다양한 조직과 네트워크가 얽힌 형태로 나타난다.
이 구조에서 종교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종교는 단순한 신앙이 아니라 행동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도구로 작용한다. ‘신의 뜻’이라는 개념은 조직 구성원들에게 강한 결속력을 제공하고, 희생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사용된다. 이는 갈등을 더욱 장기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결국 중동 전쟁은 단순히 총을 내려놓는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갈등의 핵심은 군사력이 아니라, 권력 구조와 이권 체계에 있다. 각 조직은 생존을 위해 움직이고 있으며, 그 생존은 경제적 기반과 직결되어 있다. 이 구조가 유지되는 한, 전쟁은 형태를 바꿔가며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의 해결 방식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군사적 대응은 갈등을 더욱 확대시키고, 외교적 협상은 일시적인 휴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권력과 이권 구조를 변화시키는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특정 조직이 독점하고 있는 경제적 이권을 분산시키고, 국제적 감시와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또한 중동 지역 국가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협력 체계를 구축해, 갈등을 관리하고 완화하는 방식도 중요하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렵다. 기존 구조를 유지하는 세력의 저항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중동 전쟁이 끝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전쟁이 누군가에게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권력을 유지하고, 이권을 지키기 위해 갈등은 지속된다. 따라서 관련된 조직과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거나 와해되지 않는 한, 전쟁은 완전히 끝나기 어렵다.
이제 중요한 것은 질문을 바꾸는 것이다. 어떻게 전쟁을 끝낼 것인가가 아니라, 왜 전쟁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유지되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중동의 전쟁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한국도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