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세계질서 속....이재명 대통령의 신의한수명분과 실리 사이 균형 잡은 중동 메시지, 한국 외교의 새 좌표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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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사진=청와대 제공) |
[내외신문/김학영 기자] 미국의 이란 침공 이후 국제질서가 요동치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대이스라엘 비판 메시지가 단순한 인도주의적 발언을 넘어 한국 외교의 새 방향을 보여주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메시지는 명분과 실리를 함께 노린 외교적 포석에 가깝다.
우선 명분 측면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은 시의적절했다.
미국의 군사 개입이 국제법적 정당성과 도덕성을 둘러싼 거센 비판에 직면한 상황에서, 한국 대통령이 국제인도법과 국제규범의 중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한국 외교의 독자성을 부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 보인다.
미국 일변도의 외교 문법에서 한 발 비켜서 원칙과 인권을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에 적지 않은 인상을 남겼을 가능성이 크다.
실리 측면도 가볍지 않다. 중동 정세가 격화될수록 한국에는 에너지 안보와 시장 진출이라는 현실적 문제가 따라붙는다.
한국은 원유 수입 구조상 중동 변수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은 향후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 설정에서 일종의 외교 자산으로 작동할 여지가 있다.
미국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중동 국가들에는 한국이 독자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목하는 대목은 이 발언이 단발성 메시지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다극화 질서가 빠르게 굳어지는 흐름 속에서 한국이 더 이상 미국의 입장만 따라가는 국가로 보이지 않는 순간, 외교적 공간은 지금보다 넓어질 수 있다.
유럽과 중동, 나아가 중국까지 모두를 상대로 협상력을 키울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뜻이다. 최근 한국의 방산 경쟁력과 경제적 위상이 높아지는 흐름까지 감안하면, 여기에 외교적 명분까지 더해질 경우 한국의 국제적 발언권은 한층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앞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한미관계 관리라는 현실적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강경한 색채를 지닌 인물을 주한미국대사로 지명한 것은 향후 이재명 정부의 평화공존 구상과 적지 않은 충돌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 내 대중 강경론, 대북 압박 기조가 다시 전면화될 경우 한국 정부의 자율적 외교 공간은 다시 좁아질 수 있다.
북중 관계의 움직임도 변수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평양 방문은 단순한 의전 차원을 넘어 북미 대화 재개의 사전 정지 작업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대목에서 한국이 미국과 북한 사이의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국의 움직임까지 활용하는 다층 외교를 시도할 수 있다면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일정 부분 되찾을 여지도 있다.
종합하면,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대이스라엘 메시지는 국내 정치용 발언으로 축소해 볼 사안은 아닌 듯하다.
국제정치의 축이 흔들리는 시점에 한국이 어떤 외교적 좌표를 설정할 것인지 시험하는 장면에 더 가깝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 발언이 향후 중동 외교와 한반도 외교, 그리고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 확대를 가늠하는 첫 장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