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신문/조동현 기자] KB증권이 반도체 업황 개선을 중심으로 한국 증시의 구조적 재평가 가능성을 제기하며 코스피 7500포인트 시대를 전망했다.
단순한 지수 상승 기대를 넘어, 반도체 실적 회복이 주식시장 전반의 밸류에이션 확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14일 보고서를 통해 “외국인 자금 유입과 반도체 실적 모멘텀이 결합되며 한국 금융시장 전반의 리레이팅이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주식뿐 아니라 채권, 환율까지 영향을 받는 전방위적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코스피 시장은 글로벌 대비 뚜렷한 저평가 상태에 놓여 있다. 12개월 선행 PBR은 1.4배 수준으로, 글로벌 평균 3.1배, 아시아 신흥국 평균 2.0배를 크게 밑돈다.
자기자본이익률이 유사한 국가들과 비교해도 격차는 뚜렷하다. 미국은 4.5배, 대만은 3.9배 수준인 반면 한국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같은 밸류에이션 격차는 시장이 한국 기업의 수익 지속 가능성에 대해 보수적으로 평가해온 결과로 해석된다. 그러나 KB증권은 반도체 산업 구조 변화가 이러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가 기존의 경기 민감형 산업에서 벗어나, TSMC와 유사한 선수주 기반 생산 구조로 진화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경우 수익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적 전망 역시 이러한 기대를 뒷받침한다. 2026년 코스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65% 증가한 792조원, 순이익은 184% 증가한 606조원으로 추정된다. 이어 2027년에는 영업이익이 1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실적 개선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기업 간 경쟁 구도 변화도 주목된다. KB증권은 2027년 기준 삼성전자가 글로벌 영업이익 1위에 오르고,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가 뒤를 이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반도체 기업 지형이 재편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외국인 자금 흐름 역시 중요한 변수다. 지난 2~3월 외국인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차익 실현 영향으로 약 66조원을 순매도했다. 그러나 중동 정세 완화가 기대되는 4월 이후에는 실적과 펀더멘털 중심의 투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저평가된 코스피 시장이 글로벌 자금의 주요 투자처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반도체 실적 개선은 매크로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법인세 증가를 통해 정부 재정 여건이 개선되고, 이는 국채 발행 부담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법인세 규모는 2026년 141조원, 2027년 203조원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초과 세수를 활용해 국채 상환에 나설 경우 채권시장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환율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두 기업의 순이익 규모가 외환보유액의 상당 부분에 해당하는 수준에 이르면서, 향후 투자 집행 과정에서 달러 유입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원·달러 환율 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반도체 중심의 실적 개선이 다른 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방산, 조선, 기계, 정유, 에너지, 로봇 등 다양한 업종에서 이익 증가가 이어지며 시장 전반의 체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분석을 단순한 상승 전망을 넘어 한국 증시의 구조적 변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질적 변화와 정책적 지원, 외국인 자금 유입이 맞물릴 경우, 장기간 지속돼 온 저평가 국면이 전환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