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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왕따되고 있다

보호무역의 역풍, 동맹국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유럽의 탈달러 움직임, 금융 패권에 균열이 생기다

다극화 시대의 도래, 미국 중심 질서가 흔들린다

김학영 기자 | 기사입력 2026/04/11 [11:13]

미국이 왕따되고 있다

보호무역의 역풍, 동맹국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유럽의 탈달러 움직임, 금융 패권에 균열이 생기다

다극화 시대의 도래, 미국 중심 질서가 흔들린다

김학영 기자 | 입력 : 2026/04/11 [11:13]

[내외신문/김학영 기자] 미국이 오랜 기간 유지해온 글로벌 리더십이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와 동맹국을 향한 압박 외교가 누적되면서, 전통적 우방국들조차 ‘거리두기’에 나서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국제 질서를 이끌던 중심 축이 오히려 주변을 밀어내는 형국 속에서, 세계 경제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 재편되고 있다.

 

가장 먼저 감지되는 변화는 영국의 외교 노선이다. 역사적으로 미국과 가장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영국이 중국과의 협력 확대를 공개적으로 모색하고 나섰다. 영국 총리가 중국을 방문해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 분야 협력을 제안한 것은 단순한 경제 교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특정 진영에 묶이지 않겠다는 ‘전략적 자율성’ 선언으로 해석된다. 영국은 더 이상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다자 협력 중심의 외교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미국이 동맹국에도 예외 없이 관세를 부과하며 압박하는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 미국과 EU갈등 그린란드가 쟁점이 되고 있다(AI합성)



유럽 대륙 전체로 시야를 넓히면 변화의 규모는 더욱 커진다. 유럽연합은 인도와 19년 만에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며 새로운 경제 블록을 형성했다. 인구 약 20억 명, 세계 경제의 약 20%를 차지하는 거대한 시장이 연결된 셈이다.

 

이는 단순한 무역 협정을 넘어, 미국 중심 경제 질서에 대한 대안 축을 구축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동시에 유럽은 남미 국가들과의 협정을 확대하고, 아시아 국가들과도 협상을 이어가며 다극화된 경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이 관세를 무기로 동맹국을 압박할수록, 유럽은 ‘탈미국’ 경로를 현실적 선택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금융 영역에서도 균열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독일 내부에서는 미국에 보관 중인 금을 본국으로 반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자산 이동을 넘어, 미국에 대한 신뢰의 흔들림을 상징한다. 스웨덴 연기금이 미국 국채를 매각한 사례 역시 같은 맥락이다.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과 정치적 리스크가 달러 자산의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특히 유럽이 보유한 미국 국채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움직임은 달러 패권의 기반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정치적 갈등은 경제 보복으로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발언’은 유럽의 집단 반발을 촉발시켰다. 유럽 의회는 미국과의 무역 합의 비준을 중단했고, 대규모 보복 관세 패키지를 준비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프랑스와 독일 등 주요 국가들이 이에 동참하면서, 갈등은 단순한 외교적 마찰을 넘어 구조적 충돌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결국 미국이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미 동맹 간 신뢰에는 깊은 균열이 남았다.

 

시장 역시 이러한 긴장을 즉각적으로 반영했다. 덴마크 연기금의 미국 국채 매각 소식은 단순한 금융 거래 이상의 ‘신호’로 해석됐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뉴욕 증시가 흔들렸으며, 금 가격은 급등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에서 이탈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작은 돌 하나가 던져졌을 뿐인데, 호수 전체에 파문이 번지는 장면과도 같다.

 

이러한 흐름의 핵심에는 ‘탈달러화’라는 구조적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주요 경제권이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통화 또는 대체 결제 시스템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수년 전부터 진행돼 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정책 기조는 이러한 흐름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달러는 단순한 통화가 아니라 신뢰의 상징인데, 그 신뢰가 흔들릴 경우 국제 금융 질서 전체가 재편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상황을 ‘미국이 일진처럼 행동하다 왕따가 될 수 있다’는 비유로 설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힘을 기반으로 한 일방적 압박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주변을 결집시키는 역효과를 낳는다. 실제로 유럽은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오히려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외부 파트너를 확대하며 대응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곧바로 미국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경제 규모와 군사력,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다.

 

달러 역시 국제 결제 시스템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다. 동맹국들이 ‘미국 중심 질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향후 국제 질서의 변화를 예고한다.

 

지금 세계는 거대한 체스판 위에서 말들이 위치를 다시 잡는 과정에 들어섰다. 과거에는 미국이라는 ‘킹’ 주변으로 모든 전략이 짜였다면, 이제는 여러 개의 중심이 동시에 등장하는 다극 체제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동맹은 고정된 관계가 아니라, 이해관계에 따라 재조정되는 유동적 네트워크로 변하고 있다.

 

미국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동맹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단기 이익을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신뢰를 기반으로 한 협력 질서를 복원할 것인지에 따라 향후 국제 정치경제의 방향이 달라질 것이다. 만약 현재와 같은 기조가 지속된다면, ‘왕따’라는 표현이 단순한 비유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계 질서는 지금, 조용하지만 거대한 재편의 한가운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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