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신문/전태수 기자] 조원철 법제처장은 이재명 대통령을 두고 ‘헌법 사령관’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40년 가까이 곁에서 지켜본 끝에 내린 평가다.
조 처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를 단순한 권력 추구가 아니라 헌법적 가치의 실현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 국민 주권과 기본권을 국가 운영의 중심에 놓고 이를 실제 정책과 제도로 구현하려는 의지가 일관되게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80년대 말 사법연수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부분의 연수생들이 안정적인 판검사 길을 준비하던 시기였지만, 이재명과 조원철은 다른 선택을 했다. 낡은 가방을 메고 노동법 서적을 들고 다니며 변호사 사무실을 오갔고, 밤늦게까지 노동 현안에 대해 토론을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하나의 약속을 공유하게 된다. 법은 권력자를 위한 장치가 아니라 소외된 이들의 눈물을 닦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었다.
조 처장은 당시 이재명 대통령의 모습을 떠올리며 “거창한 이념보다 당장 눈앞의 고통을 해결하려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고 회상한다. 이 같은 태도는 시간이 흐른 뒤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국무회의가 끝나면 직원들과 함께 식판으로 식사를 하고, 현안을 직접 챙기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에서 젊은 시절과 같은 에너지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뢰는 조원철 처장이 26년간 이어온 법관의 길을 내려놓고 다시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법과 원칙을 중시해 온 정통 법관 출신인 조 처장이 행정부로 자리를 옮긴 결정은 단순한 인사 이동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법적 체계로 구현할 수 있는 실무적 역량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조 처장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책의 방향성과 철학을 공유하는 것뿐 아니라, 이를 실제 법과 제도로 완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정치적 구호를 넘어 법적 완성도를 갖춘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법제처장으로서 조원철의 역할은 단순한 법령 정비를 넘어선다. 그는 법제처를 국가 운영의 기반을 설계하는 핵심 기관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 업무보고 자리에서 나온 이른바 ‘깍두기 비유’다. 조 처장은 “법제처를 깍두기처럼 끼워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한 뒤 “깍두기가 없으면 아무리 잘 차린 밥상도 맛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모든 정책이 법이라는 틀 안에서 정합성을 갖추지 않으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의 접근 방식은 현실적이면서도 원칙적이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AI 국가 데이터 연결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조 처장은 기술적 가능성과 별개로 막대한 재정 부담과 실행 과정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단순한 찬성이나 반대가 아니라 정책이 실제 작동하기 위한 조건을 점검하는 역할을 자임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어려운 길인 것을 알지만 포기하지 말라”고 답하며 방향성과 실행력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조 처장이 강조하는 법의 역할은 명확하다. 법은 높은 곳에 있는 통제 수단이 아니라 국민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생활의 도구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은 ‘딸기 에피소드’에서도 드러난다. 법제처 소관이 아닌 농식품 분야 안건에서도 물류 개선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농가와 소비자의 입장을 함께 고려한 것이다. 이는 법이 특정 영역에 국한된 기술이 아니라 국민 삶 전반을 조율하는 공공의 언어라는 인식을 보여준다.
그가 추진하는 법제 개혁의 방향 역시 이러한 철학과 맞닿아 있다. 과거 시행령 중심의 행정으로 법률의 취지가 훼손됐던 문제를 바로잡고, 법률 중심의 행정 원칙을 복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검찰 권한의 구조적 문제를 조정하고 국민 기본권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재판소원제 도입 등 제도적 개선에도 힘을 쏟고 있다. 더 나아가 현행 헌정 체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개헌 논의의 법적 기반을 정비하는 작업까지 시야에 두고 있다.
조원철 처장은 정치적 논란에 대해서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인사 논란 등에 대해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문제 제기 자체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법적 판단과 정치적 평가를 구분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동시에 정부 구성원으로서 국정 과제와 공약 이행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책임 역시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법제처가 단순히 정부의 입장을 방어하는 기관이 아니라, 법의 기준에 따라 필요할 때는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권력 내부에 있으면서도 법적 균형을 유지하려는 태도로 해석된다.
40년 전 노동 현장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약속은 이제 국가 운영의 중심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당시 “소외된 이들의 눈물을 닦자”고 다짐했던 청년들은 지금 헌법과 제도를 통해 그 약속을 구현하는 위치에 서 있다. 조원철이 바라본 이재명은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라, 헌법적 가치를 실제로 작동시키려는 실천가에 가깝다. 그리고 그 옆에서 법이라는 언어로 이를 완성하는 사람이 바로 조원철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