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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경제자문회의의 부의장에 중도보수 김성식 전의원에게 임명장 수여후 기념사진 (사진=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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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신문/전태수 기자] 한국의 정부 연구개발(R&D) 정책이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이어진 ‘추격형 혁신’ 모델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이제는 스스로 길을 개척해야 하는 ‘창조형 혁신’으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R&D의 역할을 재정립하지 않으면 성장 잠재력 자체가 둔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재 한국의 R&D 구조는 민간과 정부의 역할이 뒤섞인 상태다. 정부 R&D 예산은 약 35조 원 규모지만, 민간 R&D는 110조 원에 달하며, 특정 대기업 하나가 정부 전체를 넘어서는 투자 규모를 기록하기도 한다. 이는 민간의 기술 개발 역량이 이미 충분히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정부가 여전히 민간과 유사한 영역에 자원을 투입하는 것은 비효율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제시되는 첫 번째 해법은 정부 R&D의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다. 핵심은 민간이 하기 어려운 영역에 집중하는 데 있다. 장기적이고 불확실성이 큰 원천 기술, 당장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기초 연구, 그리고 고급 인력 양성은 시장 논리로는 지속되기 어려운 분야다. 정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존재 이유를 찾아야 한다.
특히 출연연구기관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출연연은 상용화도, 원천 연구도 아닌 중간 단계의 성과물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최소 5년 이상의 장기 프로젝트와 수십억 원 규모의 안정적인 예산을 통해 원천 기술 개발에 집중하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짧은 성과 위주의 과제 구조로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술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두 번째 해법은 대학 중심의 기초 연구 확대다. 한국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대학 R&D 지원 비중이 낮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대학은 단순한 연구 수행 기관을 넘어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핵심 거점이다. 대학원생과 박사후 연구원에게 투입되는 연구비는 곧 고급 인력에 대한 투자로 이어진다.
더욱 중요한 것은 기초 연구의 본질이다. 기초 연구는 단기 성과보다 실패를 통한 축적과 학습이 핵심이다. 대학에서의 실패는 낭비가 아니라 성장의 과정이며, 장기적으로 혁신의 토양이 된다. 불필요한 상용화 중심 과제를 줄이고, 그 재원을 기초 연구로 전환하는 것만으로도 효율적인 재배분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세 번째 과제는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역할 강화다. 현재 R&D 예산 구조는 각 부처가 개별적으로 사업을 기획하는 바텀업 방식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유사한 과제가 반복되고, 일시적 이슈에 따라 예산이 쏠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전략적 우선순위보다는 ‘눈에 띄는 프로젝트’가 선택되는 구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과학기술혁신본부가 탑다운 방식으로 국가 차원의 기술 전략을 설정하고, 중복 사업을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예산 당국과의 협상력을 높여 실질적인 조정 권한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정부 R&D의 본질적 변화는 단순한 예산 조정이 아니라 철학의 전환이라고 강조한다. 과거처럼 빠르게 따라잡는 전략이 아니라,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연구 문화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는 유행을 좇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축적되는 과정이다. 단기 성과 중심의 평가 체계가 연구의 방향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한국이 진정한 기술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 R&D가 ‘보조자’가 아니라 ‘개척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간이 닿지 않는 영역을 탐험하고, 실패를 감내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구조로의 전환이 지금 이 순간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