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유임 결정이 농업계의 논란의 중심이다.
농정 개편은 이재명 정부뿐 아니라 지난 여러차례 정부에서 시작한 아젠다이다
그리고 지난 농업을 실질적으로 언어의 유희로 탄압했던 윤석열 정부의 농업수장이 다시 농림부 장관에 유임이 됐다.
이런 이유로 농민단체와 현장에서는 “실패한 리더십의 재연”이라며 강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단지 한 사람의 유임 여부를 넘어, 한국 농정이 직면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유임 배경을 설명하며 “정책의 일관성과 구조적 안정성”을 강조했다. 언뜻 들으면 그럴듯하지만, 이 표현 속에는 더 깊고 현실적인 의미가 숨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한국 농업정책과 농업산업을 이끌 ‘실력 있는 인재가 마땅치 않다’는 냉정한 고백에 가깝다.
정부가 제도의 일관성을 유지하겠다는 말은, 바꿔 말하면 지금의 농정 기조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새 인물을 찾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도 설계를 깊이 이해하고, 현장과 소통하며, 농업의 미래를 그려낼 수 있는 리더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치적 고려나 인사 검증의 어려움을 넘어, 전문성과 실행력을 갖춘 인재의 부재가 이번 유임의 결정적 배경이 되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는 한국 농업이 당면한 더 큰 문제를 비춘다.
농업이 단지 전통적 산업이 아닌, 기술과 환경, 식량 안보가 결합된 복합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변화를 주도할 전략가와 기획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구조적 안정성’이라는 말은 결국, “바꿀 사람이 없다”는 현실 인식을 점잖게 표현한 셈이다.
결국 이 사태는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농업계를 이끌 차세대 리더, 정책 설계자, 현장 전문가의 육성과 발굴이 시급하다는 경고다. 농업과 농촌을 지키려면 사람부터 세워야 한다. 정책은 사람이 만든다. 이 말의 무게를 이제는 모두가 곱씹어야 할 때다.
이재명 대통령은 “성과보다 지속 가능한 구조가 중요하다”고 언급했고, 대통령실은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국정 운영의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단기 성과보다 중장기 개혁의 안정성에 무게를 둔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축산연합회 등 주요 농민단체는 유임 결정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인사”라는 비판과 함께 “농민과의 소통 없는 일방적 정책 추진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불제 개편이나 농지관리 제도와 관련해, 농민들의 실질적 체감은 여전히 낮다는 점이 불신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반발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하는 정부만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농민 사회 내부의 태도와 구조에도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갈등의 책임을 한쪽에만 돌릴 수 없는 이유다.
‘농업은 신앙이 아니다’라는 말은 지금 한국 농정에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농업은 물론 국가의 근간이지만, 더 이상 맹목적 보호나 비판 불가의 영역으로 남을 수 없다. 농업이 절대적 가치로 여겨질수록, 그 구조와 운영 방식은 더 냉정하게 검토돼야 한다. 정서는 존중돼야 하지만, 정책은 과학이어야 한다.
실제로 송 장관 체제에서 추진된 직불제 개편, 농지은행 제도, 청년농부 육성 정책 등은 설계 의도는 있었지만 실행력과 현장 적응성에서 많은 한계를 드러냈다. 그러나 제도적 오류가 반복되는 동안, 농민단체나 현장의 대안 제시는 충분하지 않았다. 반대는 있었지만, 실질적인 설계는 부족했다.
김민석 신임 국무총리가 임명 직후 농민들과의 대화에 나섰지만, 현장의 불신을 완전히 해소하진 못했다. 정책에 대한 원론적 해명이 이어졌을 뿐, 구조적 대안은 부족했고 농민들은 “전과 다르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화는 있었지만 신뢰는 복원되지 않았다.
정부의 문제는 분명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적했듯, 농림부는 순환보직 중심의 인사 구조와 부족한 데이터 기반 정책 설계로 인해 현장성과 괴리된 행정을 반복하고 있다. 또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농정 방향이 흔들리고, 제도는 축적되지 않고 재설계만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농민단체들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세대교체 실패, 정치 지향적 구호, 청년 농업인의 낮은 참여율, 내부 민주성 부족 등은 농민사회 스스로도 인정해야 할 약점들이다. 일부 단체는 매년 반복되는 투쟁 선언만 있을 뿐, 달라진 환경에 맞춘 농정 철학과 전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농업을 ‘성역’처럼 다루는 태도도 변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농업은 당연히 보호받아야 하는 생존 산업이지만, 그 보호 방식은 과학적이고 전략적이어야 한다.
기후위기, 식량 위기, 고령화, 청년 기피 등 다층적인 문제가 얽힌 오늘날의 농업은 단순한 지원 확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더 이상 “정부가 안 해준다”는 말만으로는 농업을 지킬 수 없다. 농민도 주체로서, 정책 설계자이자 실행 파트너로 거듭나야 한다. 단순한 피해자나 보상 대상이 아니라, 정책을 함께 만들어가는 전략적 존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치의 프레임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정부가 제시하는 정책 방향에 대해 비판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선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대안이 따라야 한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책의 허점을 짚고,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능력은 이제 농민단체에도 요구되는 시대다. 변화 없는 정당성은 오래가지 못한다.
“농민도 바뀌어야 한다”는 말은 결코 농민을 비난하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이 시점에 한국 농정이 지속 가능하려면, 정부와 민간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는 호소에 가깝다. 바뀌지 않으면, 모두가 버틸 수 없는 구조가 오고 있다.
농업은 여전히 천하의 대본(大本)이지만, 그것은 미래로 이어질 수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 지금처럼 정책과 현실이 따로 놀고, 정부와 현장이 평행선을 그리며, 비판만 넘쳐나는 구조에서는 농업의 미래도, 농촌의 생존도 장담할 수 없다. 누구도 예외가 아닌 변화의 시기다.
송미령 장관의 유임은 갈등을 재확인한 계기이지만, 더 중요하게는 이 사태가 농업 내부의 ‘성찰’을 촉구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구조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 만드는 것이며, 농정을 이끄는 주체 또한 정부만이 되어서는 안 된다.
농업은 신앙과 종교가 아니다.
믿는 것만으로는 지켜지지 않는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책을 설계하며, 세대가 교체되고 구조가 혁신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성이 생긴다. 이제는 정부도, 농민도, 모두가 바뀌어야 할 시간이다. <저작권자 ⓒ 내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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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신문 대표 기자 금융감독원, 공수처 출입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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