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신문] 조기홍 기자 = “다소 늙은 안식이려니 했다/당신이 앉거나 고양이가 잠들 때도/어쩌다 지친 새가 머물 때도/풍경만 바뀐 동행인 줄 알았다//의자가 이름이 되기 위해/의자가 될 뻔한 수많은 이름들/나는 이름 속에 묻힌 익명의 제보자/내 몸의 기슭에 파도가 치다가/급기야 내 정강이뼈를 물어뜯을 즈음/비로소 바다의 배후가 궁금했다/바다도 제 바닥을 모르는 눈치였다”( ‘못’ 중에서)
소설가이자 시인인 심강우 작가가 최근 출간한 시집 ‘사랑의 습관’(시인동네)를 두고 지난 5월 31일 오후 5시 ‘산아래 詩 백자로137page책방’(경산시 백자로)에서 북토크가 열렸다.
심강우 시인은 2013년 수주문학상 수상과 199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소설, 시, 동화, 동시 등 문학 전 장르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문단의 중견작가이다. 시인은 이 세상에서 아픈 곳, 어두운 곳과 소외된 대상에 대한 연민과 휴머니즘, 해학을 주로 보여주고 있다는 문학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북토크에서는 박상봉 시인이 대담자로 나서 심강우 시인의 작품 세계와 창작 배경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이에 앞서 박은선 시인이 시 ‘못’을 낭송하며 시 퍼포먼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고,대담자로 참여했으며 김지선, 박소연, 이난희 오문희 등과 함께하는 시낭송이 더해져 시문학의 감동을 입체적으로 전달했다.
심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해 “제 시의 저변을 관류하는 건 슬픔의 정서입니다. 이번 시집 역시 다양한 옷을 입은 슬픔의 춤사위가 담겨 있습니다. 저에게 시는 그림자 읽기입니다”라고 밝혔다.
이번 북토크가 열린 ‘백자로137page 책방’은 대구 앞산에 문을 연 시집전문책방 ‘산아래 詩’의 자매점 중 하나다. ‘산아래 詩’는 ‘세상에 詩를 뿌리자’는 슬로건 아래 시집 전문 독립책방 창업 강좌를 열고, 그 수강생들이 전국 곳곳에 독립책방을 열며 문학 네트워크를 확장해왔다.
현재까지 지난해 문을 연 경산의 ‘백자로137page 책방’을 비롯해 대구 북구의 ‘개정 칠곡책방’, 달서구의 ‘수목원 산책’, 동구 팔공산 자락의 ‘다, 시 책방’ 등 대구경북 지역에만 5곳의 시집전문 자매책방을 비롯해 서울 마포, 부산 기장, 수원, 양평, 봉화, 화순 등 전국 각지에 10곳이 넘는 자매책방이 ‘산아래 詩’의 시 정신을 공유하며 운영 중이다.
지난 4월부터 이들 자매책방들을 순회하며 시인을 초청한 북토크와 시낭송회, 지역 문인과 협업한 낭독 퍼포먼스 등을 통해 문학과 일상을 연결하고 있다. 4월 19일 대구 ‘개정 칠곡책방’에서는 김호진 시인의 북토크가, 5월 17일에는 김건희 시인 초청 북토크가 진행된 바 있다. 이에 앞서 5월 15일에는 전남 화순에 둥지를 튼 ‘산아래 詩 만연책방’에서 박상봉, 김우태, 박은선, 정연우 네 시인이 독자와 소통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런 행사를 통해 ‘산아래 詩’는 지역과 전국의 문학을 연결하는 작은 책방의 실험이자, 독자에게 시를 되돌려주는 노력의 일환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시인과 독자가 직접 만나 문학의 깊이를 나누는 자리가 되고 있으며, 지역의 작은 책방으로부터 전국으로 시의 지경을 넓히는 물결이 파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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