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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호텔 경제학 논쟁, 유권자에겐 너무 어려웠다”...정책 토론의 난이도와 한계 지적

정책 토론의 핵심은 설명력... “경제지식 없는 유권자에겐 낯설고 먼 이야기”

전용현 기자 | 기사입력 2025/05/21 [13:54]

유시민 “호텔 경제학 논쟁, 유권자에겐 너무 어려웠다”...정책 토론의 난이도와 한계 지적

정책 토론의 핵심은 설명력... “경제지식 없는 유권자에겐 낯설고 먼 이야기”

전용현 기자 | 입력 : 2025/05/21 [13:54]

2025년 대선 TV토론 이후 이른바 ‘호텔 경제학’ 논쟁이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 가운데, 유시민 작가는 “정책 자체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국민에게 어떻게 설명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이번 논쟁이 유권자 다수에게는 난해한 ‘대학원급 경제토론’으로 비쳤다고 평가했다.

 

유 작가는 최근 공개된 영상에서 “이재명 후보가 언급한 ‘호텔 사례’는 소득승수 효과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하면서도, “이를 비판한 김문수, 이준석 후보의 반격 또한 지나치게 개념 중심이어서 실질적인 정책 전달 효과는 매우 낮았을 것”이라 지적했다.

 

 ‘호텔 경제학’이란 무엇인가?

 

이재명 후보가 소개한 ‘호텔 경제학’은 지역화폐나 기본소득 등 소득재분배 정책이 어떻게 지역경제에 파급효과를 미치는지를 설명하기 위한 은유적 사례다.

 

한 예로, 정부가 시민에게 일정 금액을 주면 그 돈이 지역 상권에서 소비되고, 다시 다른 업주에게 돌아가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선순환 구조를 유추하는 방식이다. 이 대표는 이를 “호텔 손님이 돈을 쓰는 구조에 비유한 것”이다.

 

그러나 이준석 후보는 “그 돈은 결국 환불된 것이고, 진짜 거래는 없었다”고 반박하며, 이를 ‘가짜 경제논리’로 비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경제는 실물과 생산을 기반으로 해야지 우화로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 작가는 이 같은 논쟁을 두고 “모두 경제정책의 복잡한 본질을 비유와 극단 사례로 설명하려 한 시도였지만, 결과적으로 일반 유권자에게는 ‘낯설고 먼 이야기’로 들렸을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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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인즈 논쟁...    

 

케인즈의 유령,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그림자

 

이번 논쟁은 단순한 우화 대결이 아니었다.

 

유 작가는 “사실 이 논쟁의 뿌리는 케인즈주의 대 신자유주의의 오랜 전쟁”이라며,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이후 케인즈주의는 한계를 드러냈고,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정부 개입 축소론이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합리적 기대이론이나 통화주의자들의 시각에서는 정부의 모든 정책은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정부가 지출을 늘리면 민간이 미래 세금 증가를 예상해 소비를 줄이므로, 정책효과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유 작가는 “이 같은 맥락 속에서 ‘호텔 경제학’은 재정정책의 유효성을 다시 주장하는 현대 케인지언들의 전략”이라며,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달됐는지는 의문”이라고 평했다.

 

유권자 중심의 정책 전달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 논쟁이 실제 국민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남겼느냐”는 점이다. 유 작가는 “이번 토론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의 신념을 표현했지만, 국민 다수가 그 내용을 따라잡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책이 아무리 훌륭해도 유권자가 이해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며, “앞으로는 용어 선택부터 다시 고민해야 한다. ‘호텔 경제학’ 같은 표현은 학문적으로는 흥미롭지만 유권자에게는 외계어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유 작가는 “경제 논쟁이 풍부해진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정치, 사회적 가치에 대한 토론이 경제 담론에 밀리고 있다는 점도 아쉽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만의 토론인가, 국민의 삶을 바꾸는 토론인가

 

이번 토론을 통해 드러난 사실은 분명하다. 유권자들은 여전히 정책보다는 감성과 이미지, 구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정책토론의 전달력이 부족할 경우 오히려 논쟁이 공허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책을 얼마나 잘 설명하느냐가 정치인의 자질이다.” 유시민 작가의 이 말은 토론에 나선 모든 후보들에게 던지는 경고처럼 들린다.

 

 

앞으로 이어질 대선 토론에서는 보다 직관적이고, 국민의 생활과 맞닿은 언어로 정책이 설득되어야 할 것이다. ‘호텔 경제학’이라는 단어는 남았지만, 정작 호텔 밖 시민들은 그 의미를 모른 채 방황하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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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포털 지원센터 대표
내외신문 광주전남 본부장
월간 기후변화 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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