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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본동 지역주택조합 사태 13년,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집을 짓겠다고 시작했지만, 지금은 진실을 세우는 싸움이다”

전태수 기자 | 기사입력 2025/05/13 [13:49]

노량진본동 지역주택조합 사태 13년,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집을 짓겠다고 시작했지만, 지금은 진실을 세우는 싸움이다”

전태수 기자 | 입력 : 2025/05/13 [13:49]

서울 동작구 노량진본동. 2008년, 무주택 서민 수백 명이 모여 한 조합을 만들었다.

이들은 조합원당 2억~3억 원, 총 1,400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십시일반으로 납부하며 꿈을 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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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합원당 2억~3억 원, 총 1,400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십시일반으로 납부    

 

바로 내 집 마련이었다.

 

그러나 2025년 현재, 아파트는커녕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일부 조합원들은 되레 ‘업무방해’ 혐의로 법정에 서고 있다. 자신들의 피해를 호소했던 이들이, 아이러니하게도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는 현실에 격양돼 있었다. 

 

이 사태의 이면에는 조합 내부 부실, 대형 건설사의 책임 회피, 지방정부의 무관심, 그리고 민간 시행사의 의도된 여론전이 겹쳐 있다고 조합측은 말한다. 

 

노량진본동 지역주택조합 사태는 단순한 부동산 개발 실패가 아닌, 구조적 불공정이 낳은 복합 참사로 기억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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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째 개발을 못하고 있는 노량진 본동 지역주택조합    

 

조합의 시작과 배신... “집을 짓는다더니,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노량진본동 지역주택조합은 2008년 설립되었다. 대상지는 동작구 본동 일대 약 9,000평 규모의 부지. 조합원들은 서울 한복판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에 기꺼이 거액을 납부했다. 

 

사업 초기에는 대우건설이 시공사로 나섰고, 건축심의까지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2012년, 사업은 돌연 중단된다. 결정적 원인은 대우건설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보증 거부였다.

 

대출 금액은 약 2,700억 원. 대우건설은 사업승인 신청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손을 뗐다.

 

조합은 당시 조합장의 비리와 부실 운영으로 인한 신뢰 추락이 대우건설의 철수 이유라고 해명했지만, 조합원 입장에서는 그 이후 벌어진 일들이 더 충격이었다.

 

 대우건설은 PF 대출을 대위변제한 뒤 사업권을 공매로 넘기고 떠났다.

 

문제는, 이 공매가 ‘공개 입찰’이 아닌 ‘지정 공매’였다는 점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강조했다. 

 

당시 사업권을 인수한 로쿠스라는 민간 시행사는 9,000평 규모 부지의 새로운 주인이 되었지만, 실제로는 단 한 푼도 자금을 투입하지 않았다는 게 조합의 주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로쿠스에 300억 원을 현금으로 제공했습니다. 자신들의 바지 시행사를 통해 손해를 최소화하고, 책임은 떠넘긴 거죠.” 조합 측은 이렇게 주장하며 “산업은행 산하였던 대우건설과 로쿠스 간 유착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는 데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 였다고 과거를 회상한다. 

 

‘가해자’의 뒤바뀐 얼굴.... “도대체 누가 누구를 방해한 것인가”

 

조합원들은 "현재 일부 언론은 조합원들의 정당한 문제 제기를 ‘업무방해’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일부 매체는 조합원들의 항의 행동을 “조직적인 방해 행위”로 묘사했으며, 특정 단체 대표가 횡령에 가담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에 대해 조합은 “팩트 체크도 없이 시행사 입장만 받아쓴 일방적 보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문제의 발단은 조합장 개인의 비리에서 시작됐다. 

 

그는 전용면적 90㎡ 초과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동작구청 공무원의 도움으로 면적을 축소한 서류를 제출해 조합원 자격을 유지했고, 이후 조합장을 맡았다.

 

조합은 해당 사안을 수사기관에 고발했으나, “공무원이 법 부칙조항이 있는 것을 몰랐다”는 이유로 ‘증거불충분’ 종결 처리됐다. 행정기관의 책임 방기는 사법의 문턱에서 또 하나의 벽이 되었다.

 

보상은커녕 제명.... “왜 피해자가 협상의 대상에서 제외되는가”

 

2017년, 조합은 조건부로 사업승인을 다시 받았다.

 

그러나 조건 중 하나였던 ‘조합원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여전히 이행되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로쿠스는 협상 중이라며 여론을 호도하지만, 실제 협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밝혔다.

 

일부 조합원들은 오히려 “알바비를 받는 것처럼 왜곡 보도되며 명예를 훼손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로쿠스 측은 일부 조합원에 대해 “조합원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며, 2017년 협상 대상에서도 제외시켰다.

 

이와 관련해 조합은 “2012년, 몇몇 조합원이 조합의 사업지를 제3자에게 넘기지 말라는 뜻에서 ‘소유권이전청구권 압류’를 신청했다.

 

그런데 이 행동이 오히려 ‘조합의 목적에 위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제명당했다”며, “이는 헐값 협상에 응하지 않을 사람을 제거하기 위한 전략적 제명”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제명당한 조합원은 아파트도, 보상도 받지 못한 채 ‘협상의 테이블’에서조차 제외됐다. 사업의 실패로 인한 손실은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전가되었고, 이들은 이제 법적 구제의 기회마저 빼앗겼다고 강조했다. 

 

조합원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계약서를 이행하라”

 

조합원들이 원하는 것은 ‘보상’이 아니다. 조합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대우건설이 날인한 ‘조합원공급계약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계약서에는 ‘책임준공 의무’가 명시돼 있습니다. 우리는 단지 이 계약을 이행하라고 요구하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시행사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일부 언론 보도는 조합원들이 ‘법적으로 자격이 없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지만, 실제 조합 제명은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한 일방적 처분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조합은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지만, 장기간 소송과 행정의 비협조 속에 대다수 조합원들은 지치고 있다. “이제 와서 조합원 자격이 없다는 식의 주장은, 사실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후안무치한 논리”라는 것이 이들의 일관된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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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작구청    조합은 “2017년 사업 승인 당시, ‘민원 해결’이라는 조건이 붙었다”고 강조한다. 이 말은 곧, 피해자와의 갈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사업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행정적 전제였다고 주장한다. 

 

행정은 왜 침묵하는가... “조건부 승인은 왜 이행되지 않는가”

 

조합은 “2017년 사업 승인 당시, ‘민원 해결’이라는 조건이 붙었다”고 강조한다. 이 말은 곧, 피해자와의 갈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사업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행정적 전제였다.

 

그러나 그 후 8년, 행정은 이행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고, 로쿠스는 아무런 제재 없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합은 동작구청에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하고 수사를 의뢰했지만, 뚜렷한 조치는 없었다. “행정기관은 승인만 해줬지,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 조합의 일관된 주장이다.

 

덧붙여 서울시와 동작구청의 묵인은 결과적으로 로쿠스와 대우건설, 그리고 일부 언론의 외곡된 보도를 가능하게 만들었고 피해자 보호는커녕, 사실상 행정기관이 피해자의 권리 요구를 억제하는 장치로 작용한 셈이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개발 실패가 아니다

 

노량진본동 지역주택조합 사건은 몇몇 조합원의 비리가 아니라, 대한민국 도시개발 구조의 근본적 허점을 드러낸 사건이다. 

 

대형 건설사와 민간 시행사가 불투명한 방식으로 부지를 넘기고, 행정기관은 그 과정을 묵인하거나 방치한다. 언론은 자본의 입장에 서서 피해자를 ‘업무방해자’로 낙인찍는다.

 

조합원 A씨는 “처음에는 내 집을 갖겠다는 소박한 희망이었지만, 지금은 진실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 됐다”고 말했다. 조합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다.

 

“국가는 주거권을 보장하겠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그 약속이 얼마나 허상인지 절실히 깨달았다. 언론과 행정, 그리고 기업이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고자 한다면, 이 사건에 대해 책임 있는 답을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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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기후변화 발행인
내외신문 대표 기자
금융감독원, 공수처 출입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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