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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식과 규율, 전쟁이 남긴 문화적 유산

전쟁의 매혹.. 싸움은 왜 인간을 끌어당기는가

군복과 상징...병사들의 자부심과 연대감을 키우다

전투의 끝, 치유되지 않는 상처와 전쟁 문화의 역할

전용현 기자 | 기사입력 2024/12/09 [08:27]

격식과 규율, 전쟁이 남긴 문화적 유산

전쟁의 매혹.. 싸움은 왜 인간을 끌어당기는가

군복과 상징...병사들의 자부심과 연대감을 키우다

전투의 끝, 치유되지 않는 상처와 전쟁 문화의 역할

전용현 기자 | 입력 : 2024/12/0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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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투 사진은 전쟁의 현실과 그 영향력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강력한 시각 자료입니다. 이러한 이미지는 전장의 긴장감, 병사들의 용기, 그리고 전쟁이 남긴 파괴와 고통을 담아냅니다. 역사적으로, 전투 사진은 대중에게 전쟁의 실상을 알리고, 그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전쟁은 인간 역사의 중심에 자리한 독특한 현상이다. 많은 이들이 전쟁을 단순히 이익을 위한 냉정한 수단이라고 생각하지만, 마틴 판 크레벨트는 이에 반대한다.

 

그는 전쟁이 단지 전략과 이익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본능과 문화가 얽힌 매혹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전쟁은 심장이 뛰고 피가 끓는 사건이며, 인류 역사에서 가장 강렬한 이야기의 원천이다.

 

어떤 역사학자는 평화로운 시기를 역사 속의 빈 페이지에 비유하며, 전쟁이야말로 역사의 중요한 순간을 만들어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쟁을 실제로 수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람들에게 생명을 걸고 싸울 이유를 부여하는 것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전쟁 문화'라는 개념이 필요하다고 크레벨트는 주장한다.

 

전쟁 문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전쟁의 의미와 가치를 전달한다. 대표적인 예가 멋진 군복이다. 군복은 단순히 병사의 옷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상징성으로 젊은이들을 군대로 이끄는 도구로 작용한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군복은 유명 디자이너 휴고 보스가 제작해, 강인하고 정제된 이미지를 전달하며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크고 간결한 계급장과 길게 뻗은 가죽 부츠는 군복을 입은 병사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었고, 이들의 사기를 높였다.

 

이런 군복은 단순한 디자인을 넘어 병사들 사이의 연대감을 강화하고 전투의 목적을 각인시키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군복의 외형에 매료되기만 한다면, 그것이 내포한 역사적 맥락과 본질을 간과할 위험이 있다. 나치 독일의 끔찍한 전쟁 범죄를 알고도 독일 군복의 아름다움만을 칭송할 수는 없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전쟁 문화는 군복뿐만 아니라 선전포고와 같은 절차에도 반영된다. 정식으로 전쟁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이를 알리는 선전포고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싸움을 알리는 것을 넘어, 전쟁을 품격과 규율에 맞게 수행하기 위한 첫 단계다. 반면, 테러리스트 조직은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과의 싸움은 전쟁이 아니라 분쟁으로 간주된다.

 

이는 전쟁과 단순한 폭력의 차이를 드러낸다. 전쟁 문화는 싸움의 격식을 정의하며, 이를 통해 전투가 단순한 혼란이 아닌 명확한 목적과 규칙을 가진 행위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전쟁 문화는 전투의 과정뿐만 아니라 전쟁 이후의 문제를 다루는 데에도 중요하다. 현대 병사들이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전쟁 문화의 부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과거 전쟁에서는 전투가 끝난 후 죽은 자들을 추모하고 신에게 용서를 구하는 의식이 진행되었다.

 

이러한 절차는 병사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시간을 제공했다. 그러나 현대 전쟁에서는 이런 의식이 사라지고 병사들이 개인적으로 상처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로 인해 전쟁의 후유증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크레벨트는 전쟁 문화가 이러한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한편, 군복의 디자인은 그 나라의 정치 체제와도 연결된다. 민주주의 국가의 군복은 실용성을 중시하며, 독재 국가의 군복은 화려함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병사들이 스스로 군인임을 자랑스러워하며, 전쟁의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설득할 필요가 적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독재 국가에서는 화려한 군복을 통해 군대의 존재를 과시하며 전쟁 문화를 강화하려 한다.

 

전쟁 문화는 전투의 과정과 결과를 넘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철학자 니체는 전쟁이 인류의 경쟁과 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했다. 그는 강하고 우수한 자만이 전쟁을 통해 살아남으며, 이러한 경쟁이 인류를 발전시킨다고 보았다.

 

물론 이는 전쟁을 찬양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전쟁 문화는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도덕적 발전과 연결될 수 있는 요소들을 포함한다. 절제, 용기, 인내, 솔선수범 등 군인의 덕목은 지도자의 덕목과도 연결되며, 이는 평화로운 시기에도 유효하다.

 

 

결국 전쟁 문화는 단순히 전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전쟁의 본질과 목적을 이해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크레벨트의 분석은 전쟁을 냉혹한 수단으로만 보는 기존 관점에서 벗어나, 인간의 본능과 문화적 요소가 결합된 복합적인 현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이는 전쟁을 단순히 반대하거나 찬양하는 것을 넘어, 그 안에 담긴 인간의 본질과 사회적 맥락을 성찰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기자 사진
시민포털 지원센터 대표
내외신문 광주전남 본부장
월간 기후변화 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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