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유보는 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법적 안정성 훼손과 국민과의 약속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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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년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현행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물 건너간 셈이고, 폐지되거나 상당히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유보와 관련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자.
국민과의 약속 위반은 법적 안정성 훼손
2020년 12월 말 문재인 정부는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금투세 도입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 법안은 여야 합의로 통과되었다. 이 법안은 당초 2023년 초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2022년 12월 국회는 2년 유예 법안을 통과시켜 내년 초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당 대표가 바뀌었다고 지난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된 법안을 손바닥 뒤집듯 가볍게 바꾸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정치권이 표 구걸을 위해 국민과의 약속을 이렇듯 가볍게 깨버리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국세청과 증권회사들이 금투세 시행과 관련해 투입한 엄청난 노력은 헛수고로, 그리고, 천문학적 규모의 전산시스템 구축비용은 매몰원가로 처리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엄청난 혼란과 낭비 홍수다.
부족한 세수는 어떻게 벌충할 것인가
금융투자소득세제는 국내주식에 한정해 주식 양도 소득이 공제액 연 5,000만원을 넘었을 경우 22~27.5%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설계됐고,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세율을 낮추다가 폐지하기로 했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수준인 56조4천억원의 세수결손이 발생했고, 올해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약 23조원의 세수결손을 예상했다.
지난 해 우리 정부는 증권거래세를 6조1000억원 징수했는데, 부족한 세수는 어떻게 벌충할 것인지 궁금하다.
조세 징수 원칙에 위배
● 수직적 형평성
조세의 수직적 형평성은 누진세 제도를 통해 확보된다. 누진세란 소득이 적은 사람보다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조세를 부가하는 제도이다.
금투세제는 누진세율을 적용하지 않고 단일세율로 분리과세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세제도의 수직적 형평성을 왜곡하고 있다.
● 수평적 형평성
양극화 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땀 흘려 번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보다 재산소득에 대한 과세를 엄격하게 하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다.
5천만원 또는 1억원까지의 금융투자 소득을 비과세 처리하려면,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도 적어도 같은 수준까지는 비과세처리 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금투세를 폐지하면 증시 밸류업이 될 것인가
윤석열 정부는 금투세를 도입하면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밸류업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면서, 금투세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다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금투세 제도는 미국, 일본 및 독일에서 시행되고 있고, 대만과 싱가폴은 거래세 제도를 채택하고 있고, 영국과 프랑스는 금융투자 양도세와 증권거래세를 부과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의 원인은 증권투자 세제보다는 대주주 이익을 허용하는 거버넌스 체제 때문일 것이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권 프리미엄은 미국 기업에 비해 2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가 발의할 것으로 알려진 상속세 부과 시 적용하는 20%의 할증율 폐지나 대주주 배당 소득세 분리과세 적용 등의 세법개정안은 잘못된 판단일 것이다.
오너 이익 보장을 위해 적용되고 있는 불공정한 상법, 증권거래법 또는 공정거래법은 개정돼야 할 것이다. 그리도, 사법부,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또는 금융감독원의 대주주에 대한 느슨한 행정 처리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정치권이 바라는 표 확보에 도움이 되나
현행 금투세법에 따르면 과세 대상자는 1,400만 주식 투자자의 1% 수준인 14만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표 주장처럼 1억원까지 비과세 범위를 확대한다면 대상자 수는 14만명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다.
금투세제가 시행되면 큰 손이 빠져나가면 개미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게 될 것이란 주장은 억측에 불과하다. 자칫 얻는 표보다 잃는 표가 더 많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우는 어리석은 결정을 하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