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종말시계’ 현재 시각은 자정 90초 전!!!미국 핵과학자회가 운용하는 ‘Doomsday Clock’의 2024년 1월 현재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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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계의 본래 이름은 영어로 ‘Doomsday Clock’이다. 일반명사가 아니라 고유명사이므로 첫 글자를 대문자로 표기한다. 우리말로는 ‘지구종말시계’라고도 하고, ‘운명의 날 시계’라고도 한다. 영어 일반명사 ‘doomsday’는 기독교 신앙에서 말하는 ‘최후의 심판일’을 뜻한다. 핵전쟁이나 기후변화 등 인류가 초래한 재앙적 요인들에 의해 80억 인류가 절멸하더라도 지구라는 태양계 행성체는 여전히 존재하고, 대부분의 식물과 생존력 강한 동물들은 그 회복력 덕분에 전 지구적 재앙에서도 그 종속을 이어갈 것이므로 ‘지구종말시계’라는 말보다는 ‘인류종말시계’라는 말이 더 적합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그 시계는 태엽(胎葉)이나 전지(電池)의 힘으로 돌아가는 보통의 시계가 아니라, 핵전쟁과 기후변화 등 인류 절멸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지구 재앙 요인들의 위험도에 따라 앞으로도 가고, 뒤로도 가는 유별난 시계이다. 초침(秒針)까지는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시침과 분침이 자정, 곧 0시 정각에 위치하면 이 세상은 그야말로 ‘끝난다’.
6,500만 년 전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소행성이 충돌, 공룡을 비롯해 지구 땅 위 생명체의 태반이 절멸하는 대재앙 이후에도 지구의 생명체는 새롭게 더욱 번성하여 지금의 인류문명까지 빚어낸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인류가 절멸하더라도 지구의 각 생명체 종속은 면면히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인류종말시계’라는 이름이 더 나을 듯한 것이다.
이때의 소행성 충돌로 당장은 전 지구가 ‘불지옥’처럼 들끓어 식물과 동물 할 것 없이 생명체들을 불태워 죽였고, 그 뒤로는 먼지와 연기가 햇빛을 차단함으로써 이른바 ‘핵겨울’이 찾아와 대부분 생명체들이 굶어 죽거나 얼어서 죽었다. 매우 역설적이게도, 6,500만 년 전 지구 생명체 ‘대멸종’ 이후에 살아남았던 생명체들의 진화과정에서 수백만 년 전 인류의 먼 조상이 출현하여 오늘날의 인류문명을 이루었다.
46억 년 지구 역사에서 불과 수백만 년 전 인류의 먼 조상이 출현하였고, 불과 수십만 년 전 현생 인류의 조상이 출현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지구 역사에서 한순간에 불과한 시점을 살고 있는 인류는 오늘날에 마치 지구의 지배자인 것처럼 군림하고 있다. 그러나 핵과학자들이 운용하는 ‘Doomsday Clock’의 시간표에 따르면 곧 언젠가는 지구 생명체 역사에서 인류가 전면적으로 퇴장하고 매우 다른 형태의 지구 생태계 역사가 전개될 수도 있다는 섬뜩한 경고가 나타나 있다.
물론, 인류가 절멸한다고 하더라도 지구의 존재가 당장 없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 지구가 존재해온 그 시간만큼 지나면 지구 자체도 태양계에서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천체물리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빌리면, 현재 46억 살인 지구는 아마도 50억 년쯤 뒤에 팽창을 지속한 태양에 잡아 먹히어 태양 속으로 녹아 없어질 것이므로 ‘지구종말시계’는 결국 그때에서야 ‘자정’을 가리키지 않을까 한다. 지구(地球)라는 천체(天體)가 태양 속으로 사라지기 훨씬 이전에 인류의 절멸이 먼저 이뤄질 것이라는 데에는 과학자들 사이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다.
아무튼 ‘Doomsday Clock’의 시계바늘이 ‘자정 90초 전’을 가리키고 있다는 얘기는 보통의 일이 아니다. 실제로 인류 종말의 시나리오는 갈수록 더 빈번하게, 그리고 더 상세하게 써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 종말의 비극(悲劇)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범인은 바로 인류 자신이다. 인류가 핵전쟁과 기후변화라는 종말적 무기의 생산자이고 사용자임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기 때문이다.
‘Doomsday Clock’의 탄생 과정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모골(毛骨)이 송연(悚然)할 정도로 섬뜩하다. 이 시계가 만들어지는 데에는 제2차세계대전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1939년 9월 1일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촉발된 제2차세계대전은 1945년 5월 8일 독일이 항복한 데 이어 8월 15일 일본의 항복에 이르기까지 군인과 민간인을 모두 합해 5천만 명에서 8천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의 세계 상황은 사망자 통계를 내기에 매우 어려웠던 형편이어서 사망자 수가 이처럼 두루뭉술하게 추정된다.그리고 유럽전쟁에서 독일이 항복한 이후에도 태평양전쟁에서 패전을 거듭하면서도 항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전국민 결사 항전’의 독기를 부리던 일본을 향해 미국은 인류 최초로 원자폭탄을 실전(實戰)에 사용한다.
1945년 8월 7일 아침 8시 15분, 미국의 B29 폭격기 에놀라 게이(Enola Gay)호가 일본 혼슈(本州) 섬 서남부 태평양 항구 도시 히로시마(廣島) 상공 9,750m 고도에서 ‘리틀보이’(Little Boy. 꼬마소년)라고 명명된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딱 57초 뒤 자동 폭발 고도에 이르러 폭발한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은 반경 2㎞ 이내 모든 것을 완전히 파괴하였다. 그리고 폭발 충격파와 불덩이, 그리고 곧이어 되돌아온 후폭풍 등에 의해 7만 명이 즉사했고, 그 뒤 8만여 명이 부상과 방사능피폭 등으로 사망했다. 당시 히로시마 인구 25만5천여 명의 절반 이상이 원자폭탄 하나로 인해 죽었다.
그리고 이틀 뒤인 8월 9일, 큐슈(九州) 섬 나가사키(長崎)에 ‘팻맨’(Fat Man. 뚱뚱남)이라는 별명이 붙은, 인류 사상 두 번째 원자폭탄이 떨어져 인구 24만 명 가운데 7만 명이 즉사하고, 7만여 명이 피폭으로 서서히 죽어갔다.
2차대전이 갈수록 치열해지던 1942년 미국의 물리학자들은 독일의 원자폭탄 제조 및 사용 가능성을 당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알리었고, 미국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독일보다 먼저 원자폭탄을 성공시키기 위한 ‘맨해튼 계획’에 돌입했다. 이 결과로 1947년 7월 16일 새벽 5시 30분 미국 남서부 뉴멕시코주의 알라모고도 사막에서 인류 사상 첫 원자폭탄 실험이 성공했다.
이처럼 가공할만한 위력을 현실적으로 확인한 미국의 핵과학자들은 2년 뒤인 1947년 ‘Doomsday Clock’을 만들어 핵무기로 인한 인류의 파멸 가능성을 전 세계에 경고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현대 물리학의 거장 앨버트 아인슈타인과 맨해튼 계획의 연구책임자 로버트 오펜하이머 등이 앞장섰다. 그 첫 작업으로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발행하는 핵과학회지 <불리틴 : The Bulletin of Atomic Scientists)의 표지에 <자정 7분 전>으로 표시된 시계 그림을 게재한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진 <지구 종말 시계> 또는 <인류 종말 시계>, <운명의 날 시계>이다.
인류의 멸망 시점을 자정으로 설정한 이 시계는 1947년 <자정 7분 전>으로 시작했다가 미국과 소련이 원자폭탄을 기폭제로 쓰는 수소폭탄 실험을 한 1953년 <자정 2분 전>으로 급격히 앞당겨졌고, 소련 해체 이후 미국과 러시아의 전략무기감축협정이 체결된 1991년 <자정 17분 전>으로 다소 여유로워졌다. 이때가 이 시계의 ‘지구 종말’에서 가장 멀어졌던 시점이다. 2007년부터는 핵전쟁 위협 이외에 기후변화 위험요인이 더해져 시계바늘을 움직인다. 그만큼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인류의 생존을 가름할 위험요인으로 등장했다는 증거이다. 북한의 핵 위협도 이 시계의 바늘을 움직인다.
오늘날 핵무기는 핵분열 에너지를 사용하는 원자폭탄과 핵융합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원자폭탄을 기폭제로 쓰는 수소폭탄으로 대별 된다. 이제까지 지구상에 폭발한 가장 강력한 핵폭탄은 1961년 옛 소련이 북극권에서 터뜨린 수소폭탄 ‘차르 봄바’(Tsar Bomba. 황제폭탄)이다. 히로시마에 터진 원자폭탄 ‘리틀보이’의 3300배 위력이라고 한다. 수천만 명에서 수억 명을 한꺼번에 죽일 수 있다. 핵무기감축협정 이후에도 러시아에는 6천여 개, 미국에는 5천4백여 개의 핵무기가 그대로 남아 있다. ‘최후 심판의 날’이 언젠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개발책임자 로버트 오펜하이머박사가 인류 사상 첫 원자폭탄으로 인류 최대의 비극이 발생한 뒤 스스로를 자책하며 내뱉은 말이라고 한다. 인도 힌두교에 심취했던 그가 힌두교 경전에서 인용한 말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