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꽃길이 아니어도
- 신원식 전) 전북 정무부지사 출판기념회에 부쳐
친구야 내가 가는 길은 메타세콰이어가 쭉쭉 뻗은 길도 아니고 백합꽃이 핀 향기로운 길도 아니야
그러나 친구야 우리가 갈 길이 저기 눈앞에 보이는데 날마다 시동 거는 흉내만 일삼고 있으니 내가 이 길을 선택 한 거야 경제에 제대로 시동한번 걸어 보고 싶어서
땅도, 역사도 반 토막이 나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지금, 그 누가 팔 걷어부치고 나라의 심장에 인공호흡 할 사람이 없잖아
친구야 많은 사람이 나에게 보고 듣고 경험한 것 다 뒤로하고 그저 세상이나 구경하며 살아가라 했지 그러나 지금의 현실이 안타깝고 너무도 안타까워서 퍽퍽 내 가슴 치다, 이 길로 접어들었으니 너무 염려하지 마 나에게는 가끔 꽃들이 말을 걸어 주니까
친구야 내가 이 길을 가다 가시밭에 넘어져 피 흘릴지라도 먼 훗날, 내가 부끄럽지 않도록 나의 지혜와 에너지로서 깜깜한 경제에 불이 활활 타도록 기름을 부을 거야
지금은 봄날, 꽃길은 아니지만 가시밭길, 저 너머에서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전주 시민들의 그 외침만 들으며 방향 잡고 불의 앞에 넘어지지 않고 비겁 앞에 무릎 꿇지 않고 뚜벅뚜벅 앞을 향해 걸어갈 테니 친구야 믿고 박수치며 응원해줘
지금까지는 나를 위해 대쪽같이 살아왔지만 이제는 아니야 어린이와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손잡고 사람 냄새 물씬 풍기며 내 길을 갈 거야 친구야 쏟아지는 아침 햇살을 보면 너도 알거야 바로 이 길이 꽃길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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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숙 시인 약력
전북 부안 출생. 동국대 문예작과 석사.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박사학위. 1992년 등단, 아동문학상 허난설헌문학상, 매월당문학상, 서울문학상 수상.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 『그대 바다에 섬으로 떠서』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 『둥지는 없다』 『채석강을 읽다』 『녹두꽃은 지지 않는다』 외 10여 권의 저서. 『동강문학』 발행인 겸 주간(전). 도서출판 『생각이 크는 나무』 대표. 부안군 동학농민혁명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부안군 지역 경제발전 특별위원회 위원. 한국작가회 이사.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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