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하는 인간의 군상, 영화 '잘리카투'누가 짐승인지를 되묻는 감독의 시선, 관객의 선택은 무엇일까?
영화 '잘리카투'는 지금껏 대한민국 극장에서 상영된 인도 영화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 으레 인도 작품은 우리나라에서 발리우드풍의 뮤지컬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사실 '맛살라'라고 불리는 장르이며 인도 영화의 장르 중에 하나에 불과하다. 1970년대 이후 흥행한 작품들의 대부분이 '맛살라'장르였고 우리나라에 다수 수입되었기에 잘못된 인식이 생겼다. 맛살라는 인도 향신료를 뜻하며 우리나라에 알려진 대표작품 중에는 '세 얼간이', '데브다스'가 있다. 이번 개봉한 영화 '잘리카투'는 이런 '맛살라' 장르의 특색이 보이지 않는다. 사회 문제와 인간의 본성이라는 주제를 풍자한 작품으로 '잘리카투'는 소품 하나하나, 대사 한 줄 한 줄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남인도 문화를 포괄적으로 전달한다. 잘리카투(JALLIKATTU)는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의 수확축제인 퐁갈에서 진행하는 전통으로 황소를 남자들 무리 속에 풀어놓고 참가자들이 황소의 등에 올라타서 최대한 오래 버티거나 소를 움직이지 못하게 제압하는 경기이다. 영화는 푸줏간에서 잘리카투에 쓰일 물소가 도망치면서 시작된다. 평화롭던 마을은 날뛰는 물소로 아수라장이 되고, 이를 제압하려는 남자들로 인해서 순식간에 지옥의 장으로 변한다. 짐승이 저지르는 사고를 뛰어넘어 인간과 짐승의 구분이 사라져 버린 물소 사냥은 점차 무분별하고 폭력적인 광기로 변해간다. "나는 이 영화에 두 개의 캐릭터가 있다고 본다. 하나는 탈주한 짐승이고 다른 하나는 종국에 거대한 짐승이 되어버리는 군중 그 자체다." 라고 말한바 있는 감독 리조 조세 펠리세리의 의도는 또렷히 필름에 담아있다. 그림 같은 마을 전경에서 평화롭고 차분함을 그리던 영화는 물소의 형태처럼 달리고, 기어오르며, 잔인함을 보이는 인간의 폭력성을 스크린에 풀어놓는다. 녹빛을 중심으로 한 다채로운 색감이 타르에 가까울 정도로 검고 짙은 색으로 가득할 때까지 필름은 관객에게 폭넓은 감정 스펙트럼을 시각적으로 선사한다. 음악 또한 광기를 구현했다. 아카펠라, 구호, 손으로 두드리는 소리 등이 삽입되어 정적에서 불협화음으로, 그리고 다시 정적으로 가는 리듬을 만든다. 듣는 이의 마음을 격동시키는 사운드는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에서 반응하는 동물적 충동을 감지하게 만든다. 영화 '잘리카투'는 제78회 골든골로브 시상식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인도 영화 대표로 선정된 작품이자, 제44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된 후 수많은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의 영예와 초청을 받았으며, 국내에서는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서 국내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여 화제를 낳았다. 8월 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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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신문 문화부 기자. 뮤지컬,공연,콘서트,영화 시사회 스틸 전반 촬영 및 기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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